학술부문 대상 국어국문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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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어국문학회(대표 김기동)가 대상을 차지했다. 국어국문학사 재정립을 위한 자료발굴과 학문적 정리작업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1952년이래 25년에 걸쳐 1백25회의 월례발표회를, 그리고 21회의 연차학술발표대회를 열면서 학회지 「국어국문학」을 계간으로 77권 째 내놓은 이 학회는 국어국문학 자료의 양을 2∼3배로 늘려놓았고, 6백여 회원(석사 이상)의 발표논문만도 l천여 편이 넘는다.
학회지 「국어국문학」(국판· 2백여「페이지」)을 통해 발표된 연구성과는 국어국문학분야에서 볼 때 실로 엄청난 것이다.
고전소설사에서만 보아도 지금까지 가장 잘 정리했다는 김태준의 『조선소설사』가 겨우 1백여 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이 학회는 그 동안 2백여 편의 고전소설을 발굴해 내놓았다. 김기동(동국대) · 박성의(고려대) ·김진세(서울대) 교수 등이 특히 이 분야에서 기울인 노력은 『조선소설사』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시가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윤제의 『조선 시 가사』가 조선가사 30여 편과 1천여 수의 시조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김동욱 교수(연세대)·이상보 교수(명지대) 등이 가사를 1백여 편으로, 그리고 이태주(이대)·심재완(영남대) · 박을수(한양대) 교수 등이 시조를 3천5백여 수로 늘려놓았다. 임동권(중앙대)·강용권(동아대) ·인권환(고대) 교수 등이 10여 편의 민속극을 발굴하고 50여 편의 설화문학자료를 공개했으며 민요분야에서는 괄목할 실적을 쌓았다.
최학근(서울대) · 김영배(상명여사대) 교수의 방언연구, 전광용(서울대)·송민호(고대) 교수의 10여 편에 이르는 신소설연구, 그리고 남광석(인하대)·이기문(서울대) 교수 등의 음운연구와 이숭녕(서울대명예교수)·강신항(성균관대) 교수의 국어학사 연구 등은 국어국문학사를 다시 쓰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자료를 학계에 제공했다.
특히 76년에 내놓은 『국어국문학총서』5권 (국판· 3백50여 「페이지」)은 조선조의 한국문학자료를 집대성 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시가·가사·시조·수필·한문소설을 각각1권씩으로 묶은 이 총서는 원문을 그대로 살린 국어국문학연구의 원자료. 국문소설· 판소리· 민속극· 한문학· 언해본을 연내에 경리해서 10권을 채울 작정이다.
무엇보다도 이 학회의 학계에 대한 기여는 국어국문학의 역사적 맥락을 찾아 밝힘으로써 한국학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한번씩 갖는 전국국어국문학 연구발표대회는 76년부터 국어국문학사의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76년에 「개화기의 언어와 문학」으로부터 「조선후기」로 내려와 지난 5월의 21회 대회는 「조선중기의 언어와 문학」을 다루었다. 조선전기·여말 등의 순서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적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학회가 다루는 영역은 어학과 문학은 물론 민속학에서 서지학까지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올해 「중앙문화대상」 의 심사대상이 된 최근 3년간의 연구활동에서 그 동안 쌓아온 저력이 잘 나타나고 있다. 우선 3회에 걸친 전국 국어 국문학 연구발표대회에서는 6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국어 국문학」지의 60여 편과 매월 갖는 월례 발표회까지 합치면 1백30여 편의 연구논문이 나온 셈이다.
또 『국어국문학총서』에 나타난 발굴자료만도 50여 편에 이른다. 특히 조선가사에서의 정극인의 『상춘곡』과 정철의 『관동별곡』사이의 1백여 년에 걸친 공백기가 퇴계·율곡 등 10여 명의 작품발굴로 채워졌다는 것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어떻든「총서」·학회지·발표회 등으로 나온 지금까지의 자료만으로도 국어국문학사는 재정리되어야 할만큼의 업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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