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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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가 오늘부터 9윌15일까지 부산기계공고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서독·「프랑스」 등 16개국에서 총2백98명의 기능공들이 참가, 각각 자기나라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량을 겨룬다.
지난해 기능 「올림픽」에서의 감격적인 우승에 힘입은 우리나라는 대회 출전사상 가장 많은 31명의 선수를 내보내 재우승을 겨냥하고 있다.
이 대회를 지켜보는 전 국민의 기대 또한 자못 크다. 올해에도 기필코 기능한국을 세계만방에 과시하리라 믿으면서, 한편 이번 대회가 정책결정자·기업인·일반국민 모두에게 기능공이야말로 고도성장 한국의 주역들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기능공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아직도 미장이·땜장이·용접공·목수 등 「장이」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인 기능직 천친풍조가 완강하게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기능공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만 보아도 그렇다. 노동청이 77년3월말을 기준으로 각 직종별 임금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능공에 대한 푸대접이 얼마나 심한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즉 사무직은 11만9천3백12원인데 생산직에 종사하는 기능공은 겨우 5만7천9백79원을 받을 뿐이다. 사무직에 비해 기능공은 승진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공금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동안 정부가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실시하고 기능대학을 설립하는가 하면 기능상을 제정하는 등 기능우대풍토를 조성하느라 애써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가시지 않고 있는 기능천시 풍조는 공업입국에 큰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기능공은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고도경제성강과 중화학공업국을 가능케 하는 산업역군이자 그 원동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이며 국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이젠 「장이」일 수만은 없다.
이런 기능공이 현재 1백2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산업계의 규모로 보아 태부족이다. 그것도 국가기술자격검정에 의해 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은 24만4천1백65명 (지난6월말현재집계)으로 전체기능공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중화학공업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우리나라는 81년까지 2백만명의 기능공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추정에 따르면 앞으로 3∼4년간 80만명을 양성해야 하는데 기능공에 대한 보수나 승진기회가 사무직과 차별 없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우수한 기능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기능공 양성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개선책이 아쉽다. 근무조건이 나빠 공고실험실습교사들의 이직현상이 날로 심각한 오늘의 실정이다.
실험실습실도 노후되어 고장이 잦는 등 기준의 45%도 미치지 못해 기능공의 양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일선 교사들의 소리도 높다. 심지어는 대부분의 공업학교 기술계 교과서가 10∼15년 전에 편찬된 것으로 낡고 쓸모 없는 내용이 허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사상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부산대회를 계기로 기능공의 사기를 높이는 당국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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