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국봉의 동구 역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공의 당 주석 화국봉은 지난 16일 「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이란」방문 길에 등정했다.
화의 이번 외국여행은 중공 당 주석으로는 최초의 「발칸」·중동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 외유의 가장 중요한 성격으론 중공 「반패권」외교의 제2단계 전개란 점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중공의 대외정책이 전세계적인 규모의 반소 통일전선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위해 중공은 미국·일본·서구·비동맹 및 동구 「자주파」들과의 무차별적인 유대강화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반소 외교전략이 최초로 행동화된 「케이스」가 화의 북괴방문이었으며, 최근의 일본과의 「평화조약」체결 역시 그 또 한가지 성과였다.
중공의 이와 같은 반소외교는 영국·「프랑스」·서독·「이집트」등 이른바 「제2세계」 와 「제3세계」국가들을 향해서도 전개되었다.
그러나 정작 중공이 오랫동안 몸담아 있었던 「국제공산진영」내부에서는 중공의 다수파 공작은 의외로 저조하다. 특히 중동과 동구에서의 소·중공의 역관계는 압도적으로 소련에 유리하게 되어있다.
이에 중공이 착안한 침투목표가 다름 아닌 「루마니아」의 「독자노선」과 「유고슬라비아」 의 비동맹 노선, 그리고 「이집트」「이란」의 대소 경계심이었던 것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는 같은 동구권이면서도 내정·당무·외교 면에서의 대소 독립을 표방하고 있고, 「유고슬라비아」의 「티토」대통령도 『사회주의로의 독자의 길』과 비동맹 중립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다같이 「발칸」국가 특유의 강렬한 민족주의 의식과 대소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와 「이란」역시 최근의 「페르샤」만과 홍해연안 및 「블랙·아프리카」에 대한 소련의 개입에 반발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동구·「발칸」반도와 중동에 침투하여 그 일각에 반소 외교기지를 구축하려는 중공의 전략을 위해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루마니아」「유고」「이란」으로서도 소련의 팽창주의와 개입주의를 상쇄하고 저지하기 위해선 중공과의 관계를 긴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통의 필요와 상호인식에 기초해 중공과 「루마니아」「유고」「이란」은 앞으로 다방면에 걸친 협력과 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교 면에서는 지중해와 「발칸」 및 「페르샤」만·인도양에 대한 소련의 팽창에 대응하는 공통의 결의와 태세를 숙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도 아직은 상치점은 많다. 중공은 소련으로 인한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티토」는 「데탕트」에의 필요와 희망을 역설하고 있다.
중공은 또한 반소 통일전선을 주장하지만, 「차우셰스쿠」는 소련과의 우호를 전적으로 외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놓아둔 채 양자가 과연 어느 만큼의 정치적 제휴를 넓혀갈 수 있을지 궁금한 일이다. 한반도에 관해서도 화와 「차우셰스쿠」「티토」가 북괴 입장에의 고식적인 영합을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그 어떤 조그만 새 「뉘앙스」라도 풍길 것인지 주시해 볼만한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