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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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을 「마니아」라 한다. 우표수집광, 축구광, 음악광, 고 미술품수집광…. 모두 「마니아」다.
조증의 원어도 「마니아」(Mania)다.
정신의학적으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차분하지 못하고 과대망상에 잘 빠지는 병이다.
「멜랑콜리아」란 말도 흔하다. 유행가의 가사에서도 「멜랑콜리」는 흔히 쓴다. 감미로운 감상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한 정신병인 조증의 원어도 「멜랑콜리아」(melancholia)다.
이때는 비관적 염세적이 되고 말이 없어지고 심한 절망감에서 걸핏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조증과 울증을 번갈아 앓는 수가 있다. 그것을 조울증이라는 단일의 질환 탓이라 보는 것은 1899년에 독일인의 「크레펠린」박사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병이 근래에 크게 화제가 됐던 것은 「이글턴」미 상원의원이 일단 민주당부통령 후보자리에 올랐다가 조울증의 전력 때문에 취소된 때였다.
그러자 「닉슨」대통령까지도 부통령시절에 몰래 세 차례나 조울증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조울증환자라도 감쪽같이 공직을 해낼 수가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애덤즈」·「메디슨」·「퀸시·애덤즈」·「링컨」이 모두 조울증 환자였다고 한다.
조울증은 유전적인데 적지 않은 원인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립위생연구소의 추계로는 해마다 정신병원을 찾아드는 조울증 환자는 약8백만명이나 된다.
미국의 성년 남녀 20명에 한명 꼴로 『병든 감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이 병든 원인은 주로 심한 경쟁에 지친 『출세우울증』탓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정치가·실업가·변호사들에게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김희규 박사의 실종도 결국은 조울증에 의한 자살로 끝을 맺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동안 많은 얘기가 오갔다. 따지고 보면 그 역시 정신공해의 한 희생자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이글턴」의원은 좌우의 관자놀이에 10분의1초 동안 1백「볼트」 0·2「암페아」의 전류를 뇌세포에 주어 실신시키는 치료를 받았었다. 치료방법으로는 이밖에도 수면요법, 약물요법 등이 많다. 그러나 조울증은 환자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탈이다.
경쟁사회·관리사회·정보화사회·그리고 메마른 가정, 초과밀의 도시…이 모두가 사실은 우리네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조울증 환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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