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길 사장 해임 통과 … 노조, 업무복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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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길환영

노조 등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온 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통과됐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켰다. 길 사장은 직접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으나 표결 끝에 찬성 7표, 반대 4표로 해임안이 통과됐다. 야당 측 이사 4명 외에 여당 측 이사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여당 측 양성수 이사는 표결 후 사임을 표명하며 이사회장을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이사들이 제작 거부와 노조의 총파업, 간부들의 잇단 보직 사퇴 등으로 길 사장이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길 사장은 2008년 해임된 정연주 사장에 이어 KBS이사회가 해임한 두 번째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2013년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해임된 김재철 MBC 사장까지 포함하면 사퇴 요구를 거부하다 상급기관에 의해 해임된 세 번째 공영방송 사장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KBS이사회는 수일 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길 사장 해임을 제청하게 되며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후 공모를 통해 신임 사장을 뽑는 절차에 들어간다.

 한편 이날 파업 중이던 KBS 새노조와 1노조는 6일 오전 5시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제작거부 중인 기자협회는 물론이고 보도본부·제작본부 간부들의 보직 사퇴로 빚어진 제작 공백도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길 사장의 해임으로 매듭지어진 이번 KBS 사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지난달 9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길 사장의 동반사퇴를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자신이 보도국장 재직 시절 길 사장을 통해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일파만파 확대됐다. 최근에는 한 교양국 고참 PD가 길 사장이 ‘심야토론’ 등 교양 프로 제작에도 개입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3일 길 사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간 이 같은 외압설에 대해 길 사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보직 사퇴한 보도국 부장들을 대거 지방사로 발령내기도 했다.

 길 사장은 KBS PD 출신 첫 사장이자,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3년 임기의 절반을 남겨놓은 상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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