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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빙원에 한국을 심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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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사상 최초의 남·북극탐험을 위한 중앙일보·동양방송과 대한산악연맹의 「한국 극지탐험대」가 1차 연도 계획인 북극권탐사를 위해 28일 김포공항을 떠나 장도에 오른다.
이들은 「그린란드」서북 단의 「툴레」에서 최북단의 「피어릴랜드」사이의 왕복 1㎞ 대장정을 계속하면서 북극권의 기상·지질을 관측, 탐사하고 내년도의 남극점도달을 위해 기술·신체상의 종합훈련을 쌓는다.
대원들은 천년설·만년빙 위에서 야영을 해가며 약40일간에 걸친 대행진을 감행하게된다.
이번 원정의 목표지점인 「피어릴랜드」는 인류사상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한 미국인 「로버트·E·피어리」가 10여 년간 머무르면서 훈련을 쌓은 육지의 최북단이다. 남·북극탐험은 우리의 탐험 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선진열강들에 의해 이미 시작된 자원전쟁에 뛰어들게 된다는 점에도 큰 의의가 있다.
다음은 장도에 오른 탐험대에 보내는 각계의 충고와 기대. 【편집자주】

<국가적 이익에 기여해 주길>
북극보다는 남극에 더 큰 비중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극지탐험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조급하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임하여 외국에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해야할 것이다. 충분한 준비로 과학적인 탐사의 밑받침을 마련하여 장차 국가적인 이익에도 기여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대원모두가 건강하게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이종령 박사(70·대한산악연맹·한양대명예교수)

<역사적인 장거에 부처님 가호를>
석가모니께서도 설 산에서의 고행을 통해 득도의 길을 가셨듯이 극지에서 겪는 모든 고난이 탐험대원 각자의 마음을 닦는 수련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달마스님께서 처음으로 설파하신 칠전팔기의 정신이 가슴속 깊이 깃들여 몸을 버리더라도 마음의 길이 열리고, 역사적인 장거에 부처님의 가호로 원만한 결실이 있기를 기원한다.
윤월하 스님 (80·조계종 총무원장)

<도전의식 보단 경건한 자세로>
김찬삼씨(52·여행가·수도여사대교수)
한국「팀」이 극지에 간다는 것은 안정된 국력, 세계가 인정하는 오늘날의 한국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이나 정복이라는 대결의식보다는 자연 속에 파묻혀 경건한 마음으로 대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공을 빨리 이루려기 보다는 꾸준한 노력 속에 최선을 다하는 기념비적 전통을 남겨주었으면 한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겨주길>
안영락 박사(37·한일병원내과 과장)
인체의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남·북극 같은 극한상황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무리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소화기나 호흡기는 물론 신체의 각 부분이 느끼는 엄청난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강건히 단련된 몸에서 나오는 불굴의 정신력이 최우선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자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탐험대원들에게 신체가 가진 고유능력이상의 초능력이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

<예술적 경지서 숭고한 탐험을>
강부자씨 (37·TV「탤런트」)
우리 대한의 아들들이 그처럼 어려운 극한 상황에 도전한다니 우선 벅찬 감격이 앞선다. 한 두 사람이나 몇몇 단체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탐험에 나서는 분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뭉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북극과 교신, 「햄」에겐 큰 자랑>
이해수씨 (42·「아마추어」무선가)
이웃 일본의 남·북극 탐험소식을 그곳 「햄」들로부터 전해듣고 『우리는 언제나…』하고 고대했었는데 이제 막상 한국의 탐험대가 북극권에 첫발을 내딛고 더구나 「햄」을 이용한 북극과의 교신을 시도한다니 「아마추어」무선가로서도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원들이 극지에서 혹한·강풍·폭설과 싸우는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고, 또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전해 줄 수 있게되기를 바란다.

<인간승리의 「드라머」기대한다>
고광조씨(39·서울 강남구 학동42의3)
꿈 많은 아이들에게 이처럼 용기 있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자원 난과 물가고에 시달리는 우리 가정주부들에게 무진장한 자원이 숨겨져 있다는 남극은 풍요한 생활에 한 가닥 기대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 같은 물질적인 면보다도 동화 속의 왕자같이 역경을 딛고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간승리의 「드라머」를 기대하고 싶다.

<젊음의 피 끓게 하는 산 교재>
임헌식 군 (23·아주공대3년)
극지탐험은 신장된 국력의 표상이자 싸움에 나서 물러서지 않는 화랑정신을 청소년의 가슴속에 배양하는 산 교재이기도 하다. 남극의 무진장한 자원발굴에 선진국들과 함께 참여하여 장차의 국익에 기여하는 원대한 목표는 바로 우리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하는 위대한 유산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 같은 대열에 앞장서는 탐험대원들이 꿋꿋한 기상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주기 바란다.

<빙판서 항법기운용, 흥분 느껴>
김완중씨 (27·해사교관·해군중위)
극지의 빙판에 올라 항법 기를 운용, 전진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도 가슴이 저려오는 흥분을 느낀다. 많은 전문가들이 있으나 한국인으로서 그처럼 실지에서 방향측정이나 위치를 확인하는 각종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시일이기는 하지만 밤낮으로 열심히 익힌 기초항법 술이 탐험대원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순수자연의 참모습 보고싶다>
이규희씨(40·소설가)
「알래스카」최북단 「툰드라」(영구동토지대)를 혼자 밟아본 나로서는 한국극지탐험대의 북극권진출소식이 무척 반갑다. 아직 문명이 철저히 좀먹지 못한 극지의 순수한 자연과 그곳에서 만나 본 우리와 같은 피부색의 「에스키모」모습이 지금도 나의 뇌리에 생생하다. 이번 탐험으로 벗겨질 지구최북단의 신비에 싸인 또 다른 자연의 모습과 그곳 원주민들의 생태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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