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의 한강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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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순식간에 47명의 사상자를 낸 제1한강교 「버스」추락사고는 한마디로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선 도시 시민들이 발처럼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 「버스」가 빚은 참화라는 데서 오는 충격이며 또 하나는 서울시내에서도 교통량이 가장 폭주하는 한강다리의 안전설비가 예상 밖으로 허술했음이 밝혀진데 대한 놀라움이다.
여기다 사고의 성질이 평소에 차량의 정비점검을 제대로 실시하고 운전사가 기민하게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가 없어진다.
이번 참상은 결국 차체의 정비불량, 사고현장의 불안전한 도로교통환경, 운전사의 부주의 등 개별적 사고요인이 함께 집적된 상황에서 유발된 필연적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교통분야에서도 양적으로는 상당하게 성장한 게 사실이다. 교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도로와 교량의 건설이 활발해졌고, 자동차 보유 댓수도 3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투자, 안전의식의 제고, 운수업종사자에 대한 교육 등 질적인 측면은 여전히 소홀히 취급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고가 난 제1한강교의 경우 만해도 차도와 구분되는 인도의 높이가 15㎝를 넘지 못하고 난간이 허술하여 지난 2년 동안 비슷한 교통 참사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그런데도 그러한 결합이 시정되지 않은 채 방치돼오다 기어이 이번 참사를 빚고만 것이다.
이처럼 외형적·성장과 질적 측면의 「언밸런스」가 바로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의 구조적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험성이 전체적으로 구조화돼있는 상황에서는 사고의 개연성은 언제나 높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는 제1한강교에서 사고가 일어났지만 언제 또 제2한강교나 또는 삼·일 고가도로에서 그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출퇴근을 비롯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 투성이의 교통여건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교량을 세우고 길을 닦으며 자동차 댓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임을 인식해야한다.
교통문제 해결의 본질은 신속성이나 용량확보에 앞서 안전을 확보하는데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전국적으로 운행중인 모든 차량과 도로·교량 등 구조물에 대한 일제 점검정비를 실시하여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벌일 것을 촉구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교통정책 입안과정이나 교통시설의 유지·운영에 있어서 최고도의 합리성과 안전성확보를 제일의적인 충족요전으로 여기는 자세를 정립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구조적 사고의 불안으로부터 결코 해방될 수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는 전근대적 교통참사의 되풀이가 없도록 깊은 반성과 통찰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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