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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감정동 2년째 건립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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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김포시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간에는 '변전소 건립 찬반 논란'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전이 김포시 감정동에 추진 중인 김포변전소 건립을 놓고서다.

한전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이 지역의 전력수요를 들어 건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 등을 이유로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2001년 6월 김포시로부터 변전소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1년10개월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건립위한 행정절차는 모두 끝나=김포시와 한전은 1997년 감정동 장릉산 인근에 변전소 부지를 확정한 뒤 2년 전 주민 토지보상 등의 행정절차까지 마쳤다.

인천시 서구와 김포 지역의 대규모 택지개발과 공장 설립에 따라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변전소를 만들고, 인천시 서구 당하동까지 6.3km 구간의 지상엔 고압 송전선로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변전소 건립 예정지 및 송전선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7천여 가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인구 밀집지역에 고압의 송전선이 지나가면 전자파가 인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굳이 아파트 밀집 지역에 변전소를 짓는 이유가 뭐냐"고 따진다.

주민들은 변전소설치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변전소 건설현장에선 몸으로 공사를 저지했다. 시청에는 '변전소 건립 반대'민원을 내고, 지난해엔 주민 7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산업자원부 등 관계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김포시는 한전이 낸 공사 착공 신청서를 반려했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한전은 이에 대해 '착공 신고 반려 처분 및 공사중지 명령취소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맞섰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민원을 이유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타협없는 대립 계속=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이들은 최근 '주민협상단'을 만들어 "변전소를 지하에 건립하고, 지상에는 녹지공간을 만들어 달라. 또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인도(人道)에서 4mG(밀리가우스) 이하로 유지하라"고 한전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전은 난색을 보인다. 주민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업비가 엄청나게 들고, 주민들이 제시하는 전자파 수준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인체보호기준(8백33mG)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법원 판결에 따라 두차례 공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실력으로 막자 주민 5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김포지역 전력 수요는 3백46M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공급 용량은 3백10MW밖에 되지 않는다"며 "2~3년 후에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는 '전자파 설명회'와 '김포시 전력수급 공청회'를 여는 등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포시 의회는 지난달 '민원 해결'을 이유로 "김포변전소 부지를 제3의 장소로 이전해 달라"고 한전에 공식 요구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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