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으로 파고드는 중공|"소련의 발목을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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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테헤란=조동국 통신원】세계석유의 보고인「페르샤」만의「걸프」지역에 새로 중공이 진출을 시도함으로써 미 소주도의 세력판도에 파란을 일으켰다.
연초 주은래 전수상의 미망인 등영초가「이란」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6월 중순 중공외상 황화가「이란」을 방문, 주목을 끌었다.
「걸프」지역의 주인공인「이란」과「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미·소·중공의 각축이 새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그 동안「이란」과「사우디」는 모두 친미적으로 소련의 개입과 팽창을 저지하는 데에는 일치하나 미묘한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국내소요 등 정치적 불안요소가 발생할 때마다 소련의 배후책동 경계를 내세우면서도 소련과 외교관계를 유지, 경제문제에서도 협력관계를 증진시키는 등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사우디」는 종교의 정통성 때문에 소련은 물론 일체의 공산국가와 국교를 맺지 않고 있어 미국과의 대소 견제방침에서도 보다 원천적인 공동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석유수입의 25%를 대고 있는「사우디」는 재정수입의 85%를「달러」로 보유, 5백9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이란」은 미국석유소비량의 6%밖에 대지 못해「사우디」에 비해「오일」공급의 입김이 크게 뒤지지만「이스라엘」에 다음가는 무기수입 등으로 미국과 결속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 인도양에 접하고 있는「페르샤」만과「오만」만을 잇는「홀무즈」해협에도 국토가 있어 석유통로를 관장하는데 가장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유세계가 중동에서 공급받는 석유의 75%는「홀무즈」해협을 거쳐간다.
미국은 전 석유소비량의 18%를,「유럽」은 52%, 일본은 75%를 각각 이 해협을 통해 공급받는다. 그러니 이 지역안보는 바로「이란」「사우디」를 비롯,「쿠웨이트」「이라크」 「바레인」「카타르」「아랍」토후국「오만」등 8개「걸프」제국의 생명 줄이라 할 수 있다.「이라크」를 제외한 모든「걸프」제국엔 미국의 자본과 기술진이 진출, 경제개발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으나 최근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엔 너무나 소극적이란 아쉬움을 사기도 한다.
반면 열세를 거듭하고 있는 소련은 외세의 물리적 영향력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걸프」제국에 대해 숨이긴「플레이」를 펴고 있다.
소련은 기술 등 진출에서 미국 등에 뒤진 점과「이데올로기」면에서의 열세, 무신론자들을 배척하는「이슬람」전통 때문에 주변부터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작전을 펴고 있다.
최근「아프가니스탄」에서 친소정권을「쿠데타」로 수립한 것은 인접「이란」과「파키스탄」등에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아프리카」의「이디오피아」와「아랍」남 서남「예맨」을 친소 국가로 만든 것도 모두 장기적인 큰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때 중공이「걸프」제국에 뛰어든 것은 적어도 미국과「이란」에 대해서는 여간 반가운 등장이 아닐 수 없다.
중공이 최근 전략적 요충지인「오만」과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에 합의한 것은 중동의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중공이 중동진출에서 노리는 것은「이란」의 궁색한 처지에 활로를 터주는 한편 미국주도하의「나토」세력과「이란」중심의 중동세력,「파키스탄」등을 잇는 대소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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