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한강 취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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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백50만 서울 시민의 상수도원인 한강 수질의 오염도가 날로 심화하여 보광·노량진·영등포 수원지 일대를 비롯한 하류 쪽 대부분의 수계는 벌써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더럽혀졌다,
한강의 오염 문제는 어제오늘에 처음 발생된 것이 아니고 지난 10여년간 계속해서 제기돼온 문제다. 그런데도 그 동안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결여된 채 75년 이후 한때 정화 기미를 보이던 보광·노량진 수원지의 수질마저 다시 악화됐고, 영등포 수원지는 벌써 원수 처리 한계 오염도 10PPM을 넘어섰다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한강 수질의 오염·오탁은 1차적으로 상수도의 생명인 안전 음료수 공급에 위협을 주어 시민 보건을 해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울 서부 지역과 부천 일대를 비롯한 많은 지역이 시궁창 냄새까지 풍기는 검붉은 수돗물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한강 물을 용수로 이용하는 한강수계 전역의 생활 환경 및 산업 기반의 보전조차 불가능해질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 오염된 강물은 그대로 해안으로 흘러 들어가 종국적으로는 어민들의 생활 터전인 연해까지 죽음의 바다로 변모시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도시의 수도 행정도 상수도관망의 증설이나 수돗물 증산에 역점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가정과 공장, 그리고 사업장에서 깨끗하고 질 좋은 물을 쓸 수 있도록 수원 자체를 위생적으로 보전하는 노력과 대책이 시급하다.
강물을 더럽히는 오염원은 무엇보다 대도시의 각 가정으로부터 배출되는 하수물과 산업 시설에서 나오는 공장 폐수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 폐수가 전혀 정화처리 되지 않은 채 하천에 방류됨으로써 수질 오염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때문에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하수도 건설을 비롯한 광역하수도 「라인」의 개발 및 하수처리장의 완전화를 앞당겨 단 시일 안에 서둘러야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 하수도 보급 율이 수도인 서울시의 경우에도 53%에 불과하다.
이는 영국·화란의 90%, 서전의 71%, 일본의 70%등과 비교해 볼 때 너무도 미비된 상태다.
이는 경제 개발이 어느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수질 오염 같은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어도 좋다는 생각의 소치라 할 것인바 이처럼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은 따로 없다. 하천·호수·바다가 오염돼 버린 뒤에 비로소 정화하려고 해도 그것은 이미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경비가 든다는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함께 폐수를 방출하는 공장 자체로서도 그 생산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폐수의 처리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에 넣음으로써 물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전에 기여하겠다는 자각을 스스로 할 때가 왔다고 본다.
7월1일부터 발효되는 환경 보호법이 기업체가 하천으로 방류하는 오수에 대하여 업체 자신이 처리 비용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도 공장 자체적인 오수 통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깨끗한 수질의 보전은 시민과 업자, 그리고 행정 당국이 다 같이 환경을 깨끗이 유지 관리해야겠다는 각성과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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