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 다졌지만 개운 찬은 뒷맛|「우정의 사절단」, 2주간의 방미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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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사절인「우정의 사절단」이 2주간의 미국방문을 모두 마치고 12일하오 귀국했다.
이 사절단은 경인지방에 거주하는 교수·의사·변호사·상인·농민·가정 주부·연예인·언론인들로 5일 동안 미국「워싱턴」주의 각 도시에 분산, 민박했다.
이 같은 사절단의 교환방문은「카터」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카터」대통령의 고향인「조지아」주가「브라질」과 맨 처음 실시, 미국의 각주가 순차적으로 이를 실시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8번째로,「아시아」지역에서 맨 처음으로 이 계획에 참가했다.
이「우정의 사절단」은 종래의 민간사절과는 달리 방문기간 동안 해당 미국인 가정에 투숙하며 미국인과 생활을 같이하며 한국과 미국인과의 우정을 다지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의 사절단이「워싱턴」주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 신문·방송들은 매일 사절단원들의 동정을 보도,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사절단이 투숙한 가정 가운데는「워싱턴」주 상원의원「개리·오데가드」씨가 포함되어 있는 등 교수·변호사·언론인 등 현지 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또「워싱턴」주지사「딕시·레이」여사(56)가 각종 공식행사에 항상 참여했으며「레이」지사의 언니「매리언·틴」여사(60)가 미국 측 사절단 대표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같이 미국 측의 높은 관심에 비해 한국 측은 사전준비·사전교육이 허술하여 모처럼의 민간외교에 먹칠을 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인 가정에 투숙 중 김 모 씨(50·회사원)는 주인의 양해도 없이 그 집의 전화를 이용,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친지에게 국제전화를 했다가 주인에게 발각되어 망신을 당하는 추태를 보였다.
김 씨가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사절단으로 함께 간 일행은 물론 현지 교포들까지 이 사건으로 크게 분노했다.
또 한국 측 연예인들은 미국에 건너갈 때 악기를 갖고 가지 않아 현지에서 악기를 빌어 공연하여 일정에 차질을 빚은 일까지 일어났다. 연예인들은「밴쿠버」「롱비치」「올림피아」 시 등 3곳에서 우정의 사절단과 미국인 및 현지 교포들을 위한 공연을 3차례 가질 예정이었으나「밴쿠버」시에서의 공연 때 악기를 빌지 못해 공연을 취소하는 오점을 남겼다.
또「올림피아」「롱뷰」등 두 곳에서 열린 환영회에서의 공연 내용이 대부분 미국의「포크·송」들이어서 한국의 민속음악을 기대했던 미국인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한국인 사절단과 미국인「호스트」등 이 참관한 공연내용 가운데는 서울 무교동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속「코미디」(첫 날 밤)가 끼여 있어 현지 교포들은『사절단이 두 나라의 이해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많은 미국인들은『한국의 전통적인 민속음악을 들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민요는 한 곡도 없고 미국과 한국의 유행가뿐이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 사절단원은『한국 주최측이 사절단원의 직업 계층이 복잡하다는 것을 참작하여 도미 전에 직업별로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고 연예인도 직업연예인 대신 학생 또는 전문민속 음악인을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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