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한국문화 대탐사’ 통계 활용한 그래픽 아쉬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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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30면

5월 25일자 중앙SUNDAY 1·3면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 민심 르포가 실렸다. 선거 열흘 전 보수의 심장부, 대구를 조명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유세 스케치를 읽으며 판세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한데 그동안 수차례 지적된 지역의 열악한 경제 사정 외에 대구시민이 원하는 또 다른 변화의 근원이 제시됐다면 르포가 보다 충실했을 듯싶다.

수도권 후보들의 공약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배경과 에피소드를 적은 4·5면의 비교 기사는 기존 선거 기획에선 보기 힘든 신선한 접근이었다. 일간지의 보완재로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중앙SUNDAY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연재물인 ‘한국문화 대탐사’ 시리즈는 그동안 친근했지만 실체를 잘 몰랐던 풍속들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유익한 기획이다. 가령 “스님들은 차를 많이 마신다고 믿지만 사실은 유럽의 목사나 신부들보다 적게 마신다”는 사례는 통계 기사의 힘을 보여준다. 다만 한 개의 글에서 많은 정보를 다루다 보니 가끔씩 산만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막대나 원형 그래프 등이 설명을 위한 보조 도구로 쓰이면 어떨까 싶다. 반면 10·11면의 지자체별 건강지수 기사는 다양한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요약돼 읽기 편했다.

지난호에서는 아시아의 정치 변동을 다룬 꼭지가 눈길을 끌었다. 인도의 신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인도의 저력은 젊은 노동력과 활발한 사업가 계층이라는 조홍식 교수의 지적이 선명했다. 특히 첫 문장의 “인도가 중국에 이어 21세기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는 글을 읽은 뒤에도 여운을 남겼다. 19번째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태국의 정변을 다룬 기사도 시의적절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오차가 어떤 인물인지와 ‘레드셔츠’ ‘옐로셔츠’의 지지층에 대한 부연설명이 곁들여졌다면 더욱 친절했을 것이다.

폴 매카트니 내한 취소 기사에선 “월드스타들 머릿속에 ‘아시아=일본’이라는 공식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과 일본의 14분의 1 수준인 한국 음반·공연 시장의 현주소가 씁쓸한 맛을 남겼다. 한국 뮤지컬 시장 문제를 다룬 신간 『뮤지컬 사회학』 리뷰에선 팬덤의 호주머니를 터는 단세포적 호객 행위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분석이 신랄했다. 무용계 특급 브랜드로 떠오른 안성수·정구호 콤비 인터뷰도 흥미진진했다.

스포츠 기사도 내용이 알찼다. 최경주와 양용은의 슬럼프 기사에서 “골프는 부익부 빈익빈의 스포츠” “평범한 선수에서 다시 귀족으로 올라오기는 매우 힘들다”는 속성들은 마치 전문가 칼럼을 읽는 듯했다. 내년에 한국에서 프레지던트컵이 열린다는 소식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클레이 코트와 관련한 프랑스 오픈 테니스 기사도 유익했다. 6월 월드컵 시즌에도 심층적인 축구 기사를 기대해본다.



한정호 공연예술잡지 ‘객석’ 기자로 5년간 일했고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에서 홍보·기획을 맡았다. 주말에 야구를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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