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구글러 가라사대 "리더는 군림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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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구글은 SKY를 모른다
이준영 지음
알투스, 236쪽, 1만4000원

제목부터 영 마뜩찮다. 사실 남의 성공담 따위를 찾아 읽는 편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신의 직장’이라 불린다는 구글 엔지니어. 그것도 최초의 한국인이라니. 넘쳐나는 성공담 중에서도 가장 배알이 뒤틀릴 얘기다. 뻔한 자랑이거나 공자님 말씀이겠지.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생각이 바뀐다. (남의 성공담이란 게) 여전히 마뜩찮은데,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구구절절 옳다. 논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명쾌하다. 저자가 ‘지식습득의 좋은 예’로 제시하는 테드(TED) 강연처럼.

 저자는 먼저 공부법을 이야기한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공부하고 일해야 성공이 따라온다”고 말한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단기간의 목표를 정하라거나, 중간점검 과정을 거치라는 식의 설명도 잊지 않는다.

 다음은 효율적 일처리 방법. 구글러들이 말하는 ‘공유와 정리’의 생활습관이다.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각자 획득한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뻔한 얘기 같지만 발상의 전환은 여기서부터다.

 우선 멀티태스킹(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함)의 오류다. 저자는 모노태스킹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CPU가 새로운 작업을 할 때 이전 작업을 저장해 부하를 줄이는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 과정을 거치듯, 바쁠수록 멀티태스킹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잘 관리된 모노태스킹을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단 얘기다.

 구글의 리더론(論) 역시 귀담아들을 만 하다. 저자는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며, 디지털 세상에서 리더는 더 이상 상사로 군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방한한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구글의 혁신비결을 묻는 박근혜 대통령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고의 결과물은 하향식(Top-Down)의 리더십과 상향식(Bottom-Up)의 의사결정의 결합에서 나옵니다. 위에서는 지도력과 비전을, 밑에서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합니다.”

 구글의 핵심전략은 새로운 10%다. 이미 세상에는 모든 게 다 있다. 존재하는 90%에 구글만의 10%를 더했을 때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온다. 원래 있던 인터넷지도의 발상을 바꾼 구글맵스가 그렇고 e메일 서비스에 검색과 색인기능을 더한 지메일이 그렇다. 아이폰 역시 수십 년간 휴대전화 업체들이 궁리해오던 것이다.

 저자는 성공한 구글러가 되는 법 대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 행복은 ‘소문내고 전염시켜야 하는 것’이고, 내가 행복하면 ‘세상을 행복하게 할 의무도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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