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부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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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쇠 골격될 근육 소년 남자야/애국의 정신을 분발하여라/다다랐네 다다랐네 우리나라에/소년의 활동시대 다다랐네/
지금은 이런 노래에 향수를 품을 노옹도 드물다. 1900연대의 운동가다.
1906년2월11일 황성기독청년회「팀」과 독일어학교「팀」의 야구경기가 열리던 날도 운동장엔 이 노래가 진동했었다.
이것은 우리 나라 야구사상 첫 대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야구를 처음 전해준 사람은 미국인 관숙사「길레트」. 1905년 그는 황성기독청년회원들에게 최초로「룰」을 가르쳐 주었다.
4년만인 1909년 여름방학 때는 동경유학생「팀」과 서울의 선교사「팀」이 대전, 우리 유학생이 승리를 기록했다. 「스코어」는 19대9. 득점이 많은 것을 보면 얼마나 미숙한 경기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가 있을 때마다『다다랐네, 다다랐네, 우리 나라에 소년의 활동시대 다다랐네!』 라고 목청을 돋우던 선배들의 심정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된다. 어쩌면 그것은 그 시대의 내면에 충만해 있던 기대감이랄까, 그런 것의 단면 같기도 하다. 나라는 기울어도 소년들의 발랄한 약동과 지혜와 활기는 그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도 같다.
야구는 워낙 개척정신을 상징하는「스포츠」이기도 하다. 다른 경기와는 달리 야구는「볼」을 전면의 장외로 쳐내는 것을 최상의 극치로 삼고 있다. 「홈런」이 그것이다.
다른 모든 경기들이 테두리 안에 갇혀서 승부를 겨루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야구의 시조는 영국의「크리겟」이라고 한다. 섬나라인 영국이 이런 경기를 고안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 같다. 섬 바깥으로, 이를테면 공을 쳐내는 진취적인 기상이 이「스포츠」엔 함축되어 있다.
정작 오늘의 야구는 미국의 한 산촌에서 비롯되었다.「뉴욕」에서 2백40km떨어진「쿠퍼스·타운」. 훗날 육군소장이 된「앱너·더블디」라는 사람이 1839년 그「룰」을 구상했다. 그 무렵 미국인들이「프런티어」정신에 불타고 있었던 것은 더욱이나 야구경기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본사가 주최한 전국고교야구를 볼 때마다 새삼 그런 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순간 순간의 기지와 하늘을 나(비)는 듯한 발랄함, 오히려 미숙함에서 느껴지는 순진의 미 등…. 고교야구에 그처럼 많은「팬」이 열광과 환호를 쏟는 것은 그런 때문일 것이다. 16년만의 감격을 안고 우승을 한 부산고교「팀」의 비상을 보면『다다랐네, 다다랐네·」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브라보」! 부산고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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