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1%가 줄거리 이해|이사현 교수-「봉산탈춤」 미국 공연 반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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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전통 가면극에 대한 미국인들의 흥미도와 이해도가 의의로 아주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봉산탈춤」의 미국 19개 지역 순회 공연을 인솔했던 이사현 교수 (서울대)가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 「한국 가면극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 (『문예 진흥』 4월호)에 따르면 61%의 관람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극의 줄거리를 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현장에서 3백55명의 관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분석 결과는 응답자의 직업별 이해도에서 노동자가 예술인 다음으로 가장 많아 (74%) 대중적이고 민속적인 탈춤의 성격이 미국인들에게도 상통하는 면을 보여줬다.
해방 이후 정부의 문화 홍보 시책에 따라 전통 문화 예술 사절의 외국 파견이 많았지만 그 반응 측정은 대체로 현지 「매스컴」의 비평 등을 중심한 아전인수격의 단편적인게 통례였다.
그래서 이 조사는 처음으로 직접 관람자들의 반응과 공연 효과를 실증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봉산탈춤」을 관람한 미국인들의 이해도와 흥미도·평가적 반응 등은 다음과 같다.

<이해도>
줄거리를 이해했다는 응답자들의 국적별 분포는 예상외로 동양계 (37%) 보다는 서양인(66%)이 많았다. 이 같은 현장은 대사를 무시하고 동작만을 주시한 서양인 등이 대사에 집착하다가 혼동을 가져온 동양인보다 쉽게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업별 이해도는 예술인·노동자·「서비스」 종사자·경영자 및 회사원 기능공 등의 순서로 높고 과학자· 주부·변호사 등의 전문인·교수·학생 등이 이해도가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탈춤의 각 과장에 대한 이해는 사당춤 (제3과장), 사자춤 (제5), 노장춤 (제4) 등을 쉽게 이해했고 양반춤 (제6), 사장좌춤 (제1) 등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봉산탈춤」의 총 7개 과장 중 대체로 대사가 적고 춤과 노래가 많은 과장이 쉽게 이해 됐다.

<흥미도>
탈춤의 각 요소 중 가장 좋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춤 (63%)이다. 다음으로는 기악 (16%), 대사 (5%), 노래 (3%) 등의 순서다.
가면과 의상에 대한 흥미도는 의상을 더 좋아하는 응답자 (49%)와 가면 (41%) 선호 측이 비슷했다.
탈춤의 풍자와 해학은 해학을 더 좋아하는 응답자가 풍자 선호 측보다 배가 많았다.
각 과장별로는 노승이 소무에게 유혹돼 파계하는 과정을 그린 제4과장의 노장춤에 가장 큰 흥미를 보였고 다음이 사자춤 (제5과장) , 미얄춤 (제7)의 순서였다.

<평가적 태도>
종합적인 반응은 『아주 좋다』가 전체 응답자의 57%, 『좋다』가 3l%이며 『좋지 않다』는 응답자는 한명 밖에 없었다.
국적별로는 서양인들이 동양인들보다 『아주 좋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직업별 반응은 교사 (73%)·학생 (67%)·노동자 (65%)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봉산탈춤」의 미국 공연은 작년도 본사 제정 「중앙 문화 대상」 예술 부문의 장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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