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출발 4시간 뒤 「콤파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김창규 기장이 일본인 승객에게 준 사고경위「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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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김두겸 특파원】소련에 억류되어 있는 KAL기 김창규 기장은 22일 소련「켐」마을 공회당에 탑승원들이 억류되고 있을 때 일본인 승객「오오따니」(대곡)씨에게 사건 경위를 밝힌 일본어 「메시지」를 주었고 「오오따니」씨는 이를 「헬싱키」에서 일본인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발표했다. 다음은「메시지」내용.
『「파리」발 약 4시간 후 「콤파스」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됐다. 이 때문에 V자형으로 비행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콤파스」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고장인줄은 몰랐었다. 섬이 눈 아래에 보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콤파스」로 계산하고 있던 중 「미그」전투기가 날아 올라왔다.
「미그」기와 교신하려고 했으나 반응이 없어 교신할 수가 없었다.
「미그」기는 빨간 불빛을 보내왔다. 「미그」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순간 큰 충격이 일었다. 기압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붉은 등이 켜져서 승객의 안전확보를 위해 고도를 3만5천 「피드」에서 5천「피트」로 떨어뜨렸다. 불시착 장소를 찾아 실제 수 차례에 걸쳐 불시착올 시도했으나 안전한 장소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연료가 적었기 때문에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있는 좁고 긴 얼어붙은 호수 위에 착륙을 강행키로 마음먹었다. 착륙 전 승객 전원에게 구명대 착용을 명령했다. 호면이 두꺼운 지점을 선택, 그 끝에 착륙했다.
오른쪽 날개가 몇 그루의 나무를 부러뜨렸다. 착륙할 때까지 방향타·「브레이크」·왼쪽 꼬리날개·왼쪽 주 날개 약 1m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수동으로 비행기를 안정시키는데 매우 고생했다.
동체착륙에도 불구하고 착륙시 부상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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