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밀어준 울산 동·북구, 지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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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RO(Revolution Organization·비밀혁명조직) 사건 보소. 통합진보당을 우예 믿겠는교.”(김태용·54·울산 동구)

 “새누리당으로 바뀌면 전 구청장 사업이 멈출 거 아인교. 그것도 예산낭비인기라.”(김춘석·69·울산 동구)

 울산 동구와 북구는 유별나다. 전국에서 통진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곳은 이 둘뿐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근로자의 도시’란 특성이 작용한 결과다. 동구와 북구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다. 두 회사에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더하면 10만 명이 넘는다. 이를 기반으로 통진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윤종오(50) 북구청장은 2010년 56.4%를 얻었고, 김종훈(49) 동구청장은 2011년 4월 재선거에서 47.3%를 얻었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나란히 출마했다. 하지만 이번엔 판세가 좀 달라졌다.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 양상이다. 이달 17~18일 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지지도가 그렇다. 동구에선 새누리당 권명호(53) 후보 32.0%, 김 후보 31.4%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구는 새누리당 박천동(48) 후보 34.5%, 윤 후보 39.8%로 윤 후보가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

 판도가 달라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이번에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0년 선거와는 달리 이번엔 새정치민주연합이 별도 후보를 냈다. 그러면서 표가 갈라졌다. 또 다른 이유는 이석기(53) 의원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 요인이기도 하다.

 북구 민심은 윤 후보의 대형마트(코스트코) 처리를 놓고도 갈려 있다. 윤 후보는 2010~2011년 세 차례에 걸쳐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가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북구 주민 최경순(35·여)씨는 “대형마트를 못 들어오게 하려고 불법으로 권력을 휘두른 구청장을 다시 뽑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박분자(52·여)씨는 “중소상인들을 보호하려다 사법처리를 받은 것”이라며 “이번엔 유권자들이 투표로 (윤 후보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 대부분이 근로자들이어서 공약에는 각 후보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동구의 경우 새누리당 권 후보와 통진당 김 후보 모두 퇴직자 지원 시설 건립을 약속했다. 권 후보는 이에 더해 노후도시 재정비와 대기업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을, 김 후보는 비정규직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북구의 새누리당 박 후보는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울산 외곽순환도로 건설을, 통진당 윤 후보는 풍력발전단지와 근로자 출퇴근 버스 연장 운행 등을 내걸었다.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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