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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로 다가선 대의원 선거 지망생들 종종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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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월 들어 국민회의 대의원선거바람은 한결 거세졌다.
5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의 숨결이 가빠진 것. 지난 3월21일 정부가 공명선거지침을 전국 시·도에 시달하고 전국경찰에 선거사범 전담반을 설치하는 등 제동조치를 취한 뒤 금품수수행위는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추천서명작전 △「릴레이」식 애경 행사참석 등 우회적 수법이 동원되는 등 열도는 여전히「비점」이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게다가「문중대결」「보복출마」등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대의원 배급 나왔다" 유행>
전주·이리지방의 다방가에는 요즘『대의원 배급 나왔다』는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출마 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을 비양거린 말인데 다방에서 누가 차 값이라도 먼저 내면『당신도 대의원에 출마하느냐』는 인사를 받는 것이 다반사.
출마 희망자가 차차 정돈, 부각됨에 따라 선거 분위기는 열기를 뿜어 신안군 J면의 경우 지망생 모씨가 경합자인 C씨의 사전 선거운동을 경찰이 방관하고 있다며 지서에 항의, 충돌 끝에 지서주임이 교체된 일도 있다.
지난번 선거 때 무투표당선자를 진안군 백운면에 이번엔 5명이 나서 5대1의 경쟁율을 보이고 있으며 대의원 당선과 동시 사망한 오모씨의 출신지 마령면에도 전직면장 5, 6명이 출마의사를 표시. 이에 맞서 오씨의 아들도『부친의 유업을 잇겠다』며 출마의향을 밝혀 대를 잇는 대의원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
5명이 출마 선언한 이곳 정천면의 모 청년 회의소 회장은 출마선언을 하긴 했으나 회원들이 반대해 진퇴유곡이라고 했다. 회원들이『당선되면 몰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말린다는 것.
대의원 후보등록을 위한 추천상 받기는 사전선거운동 단속령 속에서도 합법적인 선거운동수단으로 등장.
경북 선산군에서「참모」를 동원, 후보추천장을 받는 사례가 드러났고 현 대의원 3명과 신참 3명 등 6명이 정원 4명의 자리를 두고 경합중인 김천시와 정원 4명에 9명이 등록예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구미시에서도 일부 인사가 가족·친지를 동원해서 추천장 받기에 나섰다는 보고가 경북도의 관계기관에 잇달아 들어 왔다.
정읍의 일부 대의원 지망생들도 후보등록에 필요한 유권자 3백명의 추천을 미리 받기 위해 극비리에 활약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추천장 받기는 출마희망자가 많은 지역을 선두로 전국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대의원 선거법은 후보자가 되려는 자가 선거일 공고 후 5일 이내에 그 선거구의 선거권자 3백인 이상(인구 5천명 미만은 1백인 이상)이 기명 날인한 추천장을 첨부해서 선관위에 등록을 신청하도록 돼 있다.
초대 대의원 선거 때 중앙선관위가 후보자 등록 이전이라도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린 일이 있어 이「추천장 받기」가 사전선거운동의 편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충남 서산군의 경우 어느 후보는 전 면민 유권자 7천명을 추천자로 교섭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의원선거 협조" 바터파도>
음성적이고 우회적인 사전운동도 여전한 편이다. 가장 자연스러운「연동장」은 봄철과 더불어 빈번한 결혼식장. 그리고 보다 뜸하긴 하지만 장례식장이다. 경남 의령군 의령면의 오윤부 대의원(60)은『한번 더 면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생각』이라면서『경합자가 없어 운동을 의식한 행동은 일체 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가능한 한 주체를 맡아 서고 있으며, 월 평균 15회 정도 되는 면내 혼·가래에 꼭 참석한다는 것.
경남 울주군 언양면에서는 6대1의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중 3명은 남부리 한마을 초등학교 후배사이. 3월말 면내 한 상가에 셋이 모두 참석해 각기 금일봉을 내고 밤새우기 경쟁을 벌였다.
그런가하면 정원 4명에 현대의원을 포함, 9명이 나서고 있는 경북 구미시의 경우 모든 많은 인사가『지금까지 들어간 경비를 보상해 주겠다』면서 상대방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금산진의 어느 구에서는 모 제분업자가 밀가루 선심을 베풀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전운동 단속령 속에서도 현직 대의원들은 신참들 보다 한층 여유 있는 태세. 우선 새마을 사업장·각종강연회·관청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얼굴을 내밀고 봄철 환경 정리 작업 등 각종「캠페인」독려 명분으로 가정방문도 하고 있다.
전북 정읍의 윤모 대의원은 항상「축 결혼」「전의」라고 쓴 흰 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수두룩히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는「봉투파」로 소문나 있으며 전북에서 부동산업으로 벼락부자가 된 K씨는『한 1억원쯤 쓴다한들…』이라고 기염을 토했다는 설도 있다.
선심공세와 함께 귀향활동중인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자주 자리를 같이할 기회를 만들어 위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아예『대의원 선거에서 협조해 주면 국회의원 선거 때 밀어주겠다』고「바터」를 제의해오는 출마자도 많은 실정이다.

<"돈 쓰고 않겠다"지만…>
경남 창령의 현 대의원 윤모씨와 그의 사촌동생은 이번 선거에의 출마문제로 조부 제삿날에도 서로 찾지 않을 만큼 소원한 관계가 됐다.
당초 두 사촌 형제는 1기 대의원 선거 때 서로 출마하려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사이. 결국 문중회의로 1기 때는「형님 먼저」, 2기 때는「아우 먼저」로 원만히 해결됐으나 이번에 또「형님」측에서 재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 불화의 배경.
「아우」쪽이『약속위반』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형님」쪽이『약속한 일 없다』고 맞서 결국 서로 말도 나누지 않을 만큼 앙숙이 됐고 사촌집안간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 정읍에서는 모 대의원의 제보로 사소한 부정이 탄로나 단위 농협조합장 자리를 물러나게 된 K씨가『누가 더 나은가 면민의 심판을 받아보자』며 대의원 출마로 도전, 보복출마의 성격을 보였다. 또한 함안군 법수면에서는 현대의원 조용순씨 이외에 세 명의 함안 조씨가 새로 출마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누가 되어도 함안 조씨가 되겠으나 지리적 특수성으로 조씨끼리 갈등상.
현 대의원 조씨는 동부지역 출신이고 도전자는 서부지역 출신, 동·서부가 대결할 판국이라 서부에서 세조씨가 나오면 동부타도의 꿈이 깨진다는 것.
함안군 여항면의 조경출 대의원은 72년 초대선거 때의 약속을 깨끗이 지켜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 함안조씨 쪽으로 출마권을 넘긴「케이스」인데 안동군 북후면의 현 대의원 강성도씨와 강일원씨는 같은 진주 강씨 집안으로 72년에 번갈아 하기로 약속했으나 강성도씨가 대의원 당선 후 농협단위 조합장 자리를 얻고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다른 강씨측 주장. 강일원씨는『대의원을 물리든지, 조합장을 물리든지 하라』면서 사퇴를 요구.
한편 대의원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일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대의원 당초의 취지에는 어긋나는 공약이 많다. 지망생들은 겉으로는 누구나『돈 쓰고는 않겠다』고 말하지만 선거비용이 농촌지역 최고 5백 만원(선거일 공고 이후 기준), 중소도시 1천 만원 이상, 대도시 4, 5천 만원이 들것이라는 관람자들의 분석이 있다.

<2명보단 차라리 난립이…>
전국적으로 경합이 치열한 지역은 △현 대의원의 사망·전출·자퇴·제적 등으로 관원된 지구 △현 대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구 △인구증가로 선거구가 증설된 곳 △현대의원의 활동이 저조해서 지지기반이 흔들린 지구 등이다.
일반적으로 대구·부산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중소 상공인들이 많이 새로 나서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화대전후의 장년층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시 북구 제1선거구의 경우 정원 5명에 현 대의원을 포함, 12명이 경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명을 제외한 8명이 제재업·직물업 금속공업 등 상공인들. 그러나 농촌지역인 의령군의 경우 외지로 전출한 1명을 제외하고 12개면 12명의 대의원 전원이 재출마를 선언했고, 그 가운데 5개면은 경합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아직 새 지망생이 나서지 않아 무투표 당선권에 들어있는 정읍군 칠보면의 송기철 대의원은『두 명의 후보가 맞대결 할 경우 면 단위 지역에선 면민 전체가 두쪽으로 갈라져 총화를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낙선하는 쪽에서 계속 적대감을 갖게돼 좋지 않다』며『차라리 여러 명이 난립하는 선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주원상·노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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