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진통제로 「환각」을 헤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일부 10대 남녀청소년이나 유흥업소종사자·외판원등 특수직업종사자들이 시중 약방에서 흔히 팔고있는 진통·해열·신경안정제를 사용목적이외의 용도로 남용·과용해 그 환각작용을 이용, 범죄를 저지르거나 환각제를 복용한것같은 황홀한 기분을 즐긴다든가 혹은 직업상 수치심을 없애는등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하고있다.
이들 약들은 시중에서 아무 제한없이 마음대로 구할수 있는것으로 대부분 한번에 1알씩 복용토록 돼있으나 엉뚱한 목적의 사용자들은 한번에 보통3∼4알씩, 심한 경우에는 10알씩 마구 복용하고있다.
진통·해열·신경안정제에는 「카페인」「알로피라비탈」「피라비탈」「설피린」등 성분이 있다.
이약들은 과량 복용했을때는 술취한듯이 전신이 나른해지며 기분이 황홀하고 수치심과 무서운것이 없어지며 상처가 나도 안아프고 전신이 둥둥 떠다니는듯한 증세를 보이는등 대마초같은 환각제를 복용한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는게 경험자들의 이야기.
일부청소년들은 이약을 과량복용한뒤 마취된 정신으로 강도·폭력·성범죄등 탈선을 저지르거나 황홀한 기분으로「고고·클럽」에 가서 밤새 몸을 흔드는등 사용의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또 일부사람들은 어린이에게 이약을 복용시켜 길에서 「앵벌이」를 시키기도하고 술집 「호스티스」들이술마시기 싫을 때 이런 종류의 약을 먹고 술취한체하거나 시내「버스」안에서 물건을파는 외판원들도 이약을 먹고 수치심을 잊거나 용기를 북돋우고있다는 것.
서울청계로7∼B약국주인 박모씨(35)는 『퇴폐행위를 하려는 청소년들이 이런 해열·진통제를 많이찾는다』며 『요즘에와서는 여성들이 부쩍 이런약을 많이찾는데, 특히 유흥접객업소에 다니는 여자들은 술마신체하려고 또는 수치심을 없애고 이약을 먹는것같다』고 말했다.
이들 진통·해열·진정제에는 과량복용을 금하고 복통·두통·구토·식욕 부진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할때는 복용하지 말라는등 주의사항이 적혀있으나 청소년·일부직업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마구 남용하고 있다.
지난8일 하오8시30분쯤 서울종로구제동 한전종로영업소앞 「버스」 정류장에서 김모군(19·서울성북구안암동)등 10대2명이 「버스」를 기다리던 이종현군(17)을 뒷골목으로 끌고가 『약을 사먹어야겠는데 돈이 없다』며 팔목시계를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등은 신경안정제 10알을 사먹은뒤 『환각상태에 빠져범행했다』고 털어놓았다. 또지난5일하오2시쯤 서울성동구행당동 한양대부근「버스」 정류장앞길에서 최모군(18·행상·주거부정)등 청소년2명은 진통·해열제3알을 사먹은뒤 환각상태에 빠져 웃통을 벗고 난동을 부리다 풍속사범으로 경찰의 단속을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