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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난소 나이, 실제 연령과 달라…임신 계획 전 확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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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난임은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임신을 계획 중인 젊은 부부의 10~15%가 난임에 속한다. 최근 유병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난임 부부는 의학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신이 가능한 젊은 시절을 허비한다. 뒤늦게 병원을 방문해 아주 낮은 임신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분노와 좌절을 겪는다.

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24세가 가장 높다. 이를 기준으로 30~34세에는 15~19%, 35~39세에는 26~46%, 40세 이후에는 95% 감소한다. 반대로 자연 유산율은 30세 이전이 7~15%로 가장 낮고 30~34세 8~21%, 35~39세 17~28%, 40세 이후 34~52%로 급격히 높아진다.

여성은 100만~2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수가 점점 감소해 40세가 되면 2만5000개 정도가 남고 폐경기에는 1000개 이하로 줄어든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염색체 이상 난자 비율이 점점 증가한다는 점이다. 40세 초반에는 약 50%의 난자가 염색체 이상으로 임신이 잘 안 되고, 어렵게 임신이 돼도 유산율과 기형아 발생률이 높아진다. 나이에 따른 난소 기능 저하가 가임력 감소에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단 폐경 이후에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난자 공여에 의한 임신이다. 이를 접하고 현대의학으로 폐경 이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착각한다.

이렇듯 여성의 나이가 가임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35세 이후의 여성이 임신을 계획한 지 6개월 안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바로 간단한 호르몬 검사를 통해 난소 나이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젊은 나이에 난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여성도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 대상자의 20~25%가 난소 기능 저하다. 염색체 이상, 난소 수술의 기왕력, 난소 종양(자궁내막증 포함), 골반염으로 인한 골반 내 유착 등이 원인이다.

난소 기능 저하로 진단된 경우에는 젊은 나이라 해도 임신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난임 기간이 짧더라도 바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난소 기능 저하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가임기 여성이 규칙적으로 산부인과 진찰을 받고 특별한 이유 없이 급작스럽게 생리주기 변화가 있으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난소 기능은 초음파검사와 피검사로 간단하게 판정할 수 있다. 창피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기진단만 하면 언제든지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선뜻 산부인과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이가 있다면 지금 바로 방문하길 권한다.

마리아병원 허창영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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