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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테러와 전쟁" 다음날, 신장서 최악 폭탄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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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2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시내의 문화궁 아침 시장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1명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 폭발로 시장이 아수라장이 된 채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웨이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22일 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31명이 숨지고 94명이 부상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최악의 테러다.

 특히 시 주석이 21일 상하이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한 다음 날 벌어진 것이어서 중국 지도부에 대한 ‘경고성 테러’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기조 연설에서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를 절대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50분쯤(현지시간) 우루무치 시내 중심인 인민공원 인근 아침시장에 차량 2대가 돌진한 뒤 그중 1대에서 폭발물을 밖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10여 차례의 폭발음을 들었으며 화염이 수십m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범인들의 검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위구르 분리 독립운동 단체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 발생 직후 시 주석은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을 현장으로 파견,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가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토록 했다.

 신장에서는 시 주석 취임 이후 자살 폭탄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내 정치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 주석의 시찰 기간이던 1일에도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79명이 부상했다. 3월에는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기차역에서 위구르인들의 흉기 테러로 29명이 사망하는 등 1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치학자는 22일 “외교에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안방에선 한 방 먹었다”고 분석했다. 질주하던 시 주석의 개혁 리더십이 ‘테러’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중국 공안 당국은 이날 테러가 국가 지도부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전날 시 주석이 CICA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과 테러 세력에 대한 공동 대처는 물론 반 테러 제도화를 제창해 참가국 지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다음 날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장 테러가 장기·고착화되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현지 테러 세력이 민간으로 흡수되면서 점 조직 혹은 민간 세력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장지역에서 일어난 50여 건의 테러가 대부분 민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시 주석의 대테러 강경책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신장위구르 자치구 시찰 도중 군부대를 방문해 “모든 테러를 반드시 때려잡고 머리를 들면 바로 타격해 폭력 테러세력에 괴멸적 타격을 줘야 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신장에서 테러 활동 혐의로 체포된 39명 모두가 21일을 전후해 각 지역 인민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중에는 테러 행위를 성전(聖戰)이라고 적은 홍보 전단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혐의로 7~15년의 형을 받은 위구르인도 포함돼 있다.

 강경책은 신장지역을 넘어 티베트까지 확산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중국 당국이 티베트 지역 주민과 승려들을 대상으로 공산당에 충성을 요구하는 문건에 강제 서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건에는 ▶당에 대한 충성 ▶반정부 시위 및 분신 금지 ▶애국 교육 참가 ▶외부와 연락 금지 등 조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승려들의 경우 문건 서명 후 4년간 외부 여행을 금지하고 10여 일간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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