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금융자산 수요 늘려야|공급이 수요 못 따라 물가고삐 못 잡아|박영철<고대경제학과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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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지난 1월중의 경제동향에 의하면 소비자물가가 한달 동안에 무려 3%나 올랐고 통화량도 7백23억원이 증가하여 월말잔액으로는 작년 1월말에 비교하여 43.7%나 늘어났다.
통화량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지난해에 지출했어야 할 자금을 동결하였다가 풀어놓은 때문이니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통화가 앞으로도 매달 지난 1월처럼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금년도 자금공급계획이나 재정수지 및 수출입전망 등을 고려해 보면 금년에는 작년보다 더 증가 할 우려마저 보인다.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수출과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투자가 왕성하지 못하여 국내공급능력은 확대되지 못하였고 수입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반면 시중의 돈은 자꾸 늘어나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데 있다. 거기에다 모두들 작년에 물가는 통계보다는 훨씬 더 올랐다고 믿고 있고 금년에는 더 오르리라는 예상을 하고있다.
요즈음 극성을 부리는 부동산투기는 바로 이러한 예상을 반영하고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예상이 일기 시작하면 투기가 성행하는 것은 물론이요 오를 이유가 없는 상품가격도 덩달아 올라 물가는 더 치솟게 마련이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예상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고 오랜 기간의 물가안정 후에나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크게 경계해야할 물가상승요인이라는 점이다.
경제의 안정은 근본적으로 그 동안 국내공급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수출에만 의존하여 온 결과로 발생한 상품과 용역시장의 초과 수요를 해소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국내저축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한 그 동안 성장하여온 국내시장의 규모와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을 고려한 새로운 수출입, 투자 및 산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에 있어서는 우선 「인플레이션」예상의 만연을 방지하여 최대한으로 물가상승을 억제 할 수 있는 정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통적인 경제안정정책은 의례 성장의 둔화나 국제수지의 적자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도성장과 국제수지균형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길은 가능한 한 소비를 줄이고 국내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며 현재우리나라 경제여건으로 보아 이를 달성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본다.
금리가 오르면 우선 실물자산대신 금융자산의 수요가 늘겠고 그러다 보면 소비도 줄고 무엇보다도 부동산투기가 진정될 것이다. 또 금융기관은 기업에 전보다 많은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기업의 생산활동도 활발하게되어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금리인상으로 기업의 자금「코스트」가 올라 비용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금리인상보다는 인하로 국내와 국제금융시장간의 금리 차를 줄여 대외균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있으나 이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의 해외차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커다란 오산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능력이 줄어들어 자금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다. 반면 물가가 오르는 이상 기업의 자금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환율이 변하지 않는 한 기업의 외자도입은 더 늘어나 통화도 팽창하게되며 결국 대내외 불균형은 모두 더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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