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능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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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자는 안돼!』라는 말 한마디로 미국의 민주당은 곤혹을 치른 일이 있었다. 정책심의위원이던「보먼」박사는 공개석상에서 여성하위를 주장했었다.
『남녀의 능력은 다르다. 「디자이너」·요리인의 경우를 보아도 일류는 남성이다.』
「보먼」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은 특유의 생리·임신·갱년기장애 등의 부담 때문에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대통령이 있었다면「쿠바」사태를 어떻게 넘겼을지 끔찍하다고 혀를 찼다.
혀가 긴 여성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간디」전인도 여 수상은 핵 보험까지 했던 사실을 들추며 그야말로「총공격」에 나섰다. 마침 1976년의 선거를 앞둔 때였다. 「보먼」박사는 그만 백기를 들고 그 자리를 사임하고 말았었다.
이번엔 『여성은 승리하고 있다』는 여류인류학자「몬터큐」의 저서가 나와 그 이론적 무기를 제공해 주었다. 그는 남성 쪽이 오히려 감성적이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주장한다. 정신병원의 입원환자나 자살자의 수가 남성 쪽이 월등히 많은 사실을 그 반증으로 제시했다.
「몬터큐」여사는「콜럼비아」대학의 실험「데이터」도 보여주었다. 남자는 1시간 평균 6차례 화를 낸다. 그러나 여자는 그 절반인 3차례밖에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천국」의 미국에서도 남녀의 직업차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미국의 직업 분류사전에는 부려 2만2천 여종의 직종이 실려 있다.「뉴욕·타임스」지는 이 가운데 남성우위의 직종으로 1백47개를 가려낸 일이 있었다. 여성우위는 그 5분의l도 못되는 26종뿐이었다.
ILO(국체노동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노동인구 16억3천7백만명 중 3분의1이 여성이다. 이보고서는 직종에서만 아니라 임금에 있어서도 여성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증권 중 75%.예금의 65%를 여성이 장악하고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우리 나라에도 점차 그런 현상이 엿보이는 것 같다. 통계까지는 없지만 각종「투기」에 몰려드는 군중들을 보면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정작 직업전선에서의 여성근로자는 총 근로인구 38%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몇 년 전에 비하면 괄목할 기록이다. 하지만 노동의 질에 있어선 아직도 문제가 적지 않다. 우리 나라도 직종은 3전6백여종 이나 있다. 그 분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최근 우리 나라 YWCA에서 여성들에게 도배공·「타일」공·운전·복덕방업 등의 다양한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직종의 세분·노동력의 부족 등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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