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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② 박원순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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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20일 “서울엔 여전히 후진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며 “기본을 바로잡는 시정(市政)으로 서울을 반듯하고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념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향해 “제가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였고,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인데 국가관·애국심을 의심할 수 있느냐”면서 “상대를 존중 안 하고 예를 안 갖추고 공격하는 건, 그건 품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 후보와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7시20분 서울 명륜동의 한 식당에서 50여 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문답.

리더 꼼꼼해야 … 그렇지 않으면 또 세월호

 -2년7개월 서울시정을 자평해본다면.

 “빚은 줄이고 복지는 늘렸다. 취임할 때 20조원이던 빚을 3조5000억원 줄였고, 임대주택도 8만 호 지었다. 취임 때 26%였던 복지예산은 32%까지 늘렸다. 최근 지하철 추돌사고로 시민들께 피해와 불안을 드린 점은 죄송한 마음뿐이다.”

 -서울은 안전한가. 특히 땅속은….

 “개선돼 가는 중이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면서 기본이 없었다. 땅속 수도·가스관이 어딜 지나고 있는지 몰랐다. 올 1월에 지하시설물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지하의 모든 시설물 을 3D 영상으로 입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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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시장은 너무 꼼꼼해 수장의 리더십으론 안 어울린단 말도 있다.

 “아니, 전 오히려 의도적으로 꼼꼼하게 한다. 세월호 참사를 보라. 엉성 그 자체다. 기본이 안 돼 있다. 현안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또 세월호 참사는 일어난다. 리더가 큰 것만 지시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총론에는 강하고 각론에는 약하다. 보도블록 하나, 전신주 하나를 잘 챙기면 나머지도 잘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지 않나.”

지난 17일 캐리커처를 선물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뉴스1]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볼 수 있다.

 “리더는 시대를 통찰해야 한다. 통찰력도 작은 것에서부터 나온다. 서울 개포단지에 소형 아파트를 30% 지으라고 했다. 박원순 물러나라는 플래카드가 5m마다 있더라. 그런데 6개월도 안 돼서 30%보다 더 만들자고 하더라. 대형 평수가 팔리나. 제가 서울시 최근 인구 변화를 보니까 1~2인 가구가 49%였다. 이런 수치 하나하나를 챙겨보고 있어야 큰 것도 보인다.”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이념 편향 을 지적한다.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이다 내가. 밑에 수방사, 서울경찰청 다 와 있다. 애국은 누군가의 독점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국을 하는 거다. 다시 말씀드린다. 서울시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역사, 그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서울시장 하나.”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북한인권단체엔 지원을 안 해줬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는 시장이 되자마자 저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인물부터 챙겼다. 서울시 1급 복지관광실장이 보훈단체·보수단체를 다 돌아보게 했다. 그분들 애로를 조사해서 ‘보훈종합대책’을 만들어 250억원을 투자했다. 참전비를 인상하고, 재향군인회 건물에 물이 샌다고 해서 25억원을 들여 다 고쳐 드렸다. 보훈병원에 어르신들이 다니기 너무 멀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드렸다. 이번에 캠프를 오픈하는데 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단체·대한노인회에서 다 오셨다. 상상이 되시나.”

 -국가보안법 폐지에 여전히 찬성하나.

 “국가안보는 시민 생존의 기본이자 필수다. 훼손되면 안 된다. 국보법은 과거에 문제가 많아서 인권변호사 하면서 개정·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 얼마나 남용했고 고문이 심했나. 그런데 다행히 개정이 됐다.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적용사례도 현격히 줄어들어서 ‘이제 더 개폐가 필요한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같이 다시 남용되기 시작했다. 국가안보와 인권은 상생해야 한다고 본다.”

 -보안법 개폐는 필요 없다는 건가.

 “실제 개정이 됐으니 , 저는 오케이한 거다.”

 -이번 선거를 ‘재벌 대 서민’ 구도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구도를 싫어한다. 저도 경기고, 서울대… 서울대는 잘렸지만, 제 주변에 재벌들이 많다. 고교동창 중 재벌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사회의 힘든 사람들과 인생을 함께해 왔다. 이념 갈등, 빈부격차, 지역갈등 조차 잘 아우르는 역할을 하겠다. 제가 재향군인회 명예회원이고, 해병전우회 명예회원이다.”

‘대선 도전 생각 없나’ 질문엔 즉답 피해

 그에게 차기 대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 하나 반듯하게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 싶다. 4년만 더 주시면 더 확실히 바꿔놓겠다”는 게 답이었다.

 그래서 “대선은 생각이 없다는 거냐”고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는 딱부러진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박 후보는 “저는 우선 현실에, 발을 디딘 곳에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왔다. 그러면 미래, 그 다음 과제는 저절로 오더라”고 답했다.

 “그 말을 출마 안 한다는 뜻으로 들으면 되느냐”고 재차 확인해봤다. “허허허” 하고 웃던 박 후보는 “제가 미래는 말씀 안 드린다고 했지 않느냐”고 했다. 그동안엔 같은 질문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던 박 후보다. 미묘한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소아·하선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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