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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3장 6구 속에서 자유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간밤에 무슨 기찬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아침은 또 언제나처럼 평범했는데, 이렇듯 큰 기쁨을 내가 누릴 줄이야! 당선을 알리는 전보의 그 눈부신 섬광 속에서 한동안 멍한 상태에 있었지만 나는 곧 집으로 가서 아내와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이날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 더욱이 이토록 큰 축복을 예비해 두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몇 년 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내게 『얘야, 몸 상할라. 까짓 글쓰지 말고 편히 살면 어떠냐?』고 하시던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닌 게 아니라고 숱한 밤의 길손 되어 잠을 설치다 기진 할때면 『그만 편히 살아갈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오늘토록 굳이 이 괴로운 멍에를 지고 온 까닭은 내 모든 것을 시 때문에 희생해버린 억울함 때문이요, 또한 내 꺾을 수 없는 오기와 집념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그토록 갈망했던 길이 내 앞에 열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3장 6구의 형식 속에서 새장 속의 새처럼 구속을 느낀다. 아, 3장 6구 속의 자유! 이것이 바로 나의 과제이며, 이것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나를 뽑아 주신 선생님께 보답하는 길이 아니리요.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는 <갈매기의 꿈>을 오늘밤 나는 한번 더 읽어야겠다.

<약력>▲49년 경북선산 출생 ▲71년 전국대학생 문학예술축전 시조당선 ▲72년 영대문학상 시부 당선 ▲75년 영남대 국문과 졸업 ▲석필동인 ▲경주문협지부 회원 ▲현재 경주문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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