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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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가 바뀌는 이맘때가 되면 점장이를 찾는 아낙네들이 늘어난다. 대체로 『새해에는 무슨 액운이나 없겠읍니까?』라고 묻고 다니는 것이다.
서양의 여성들도 점장이를 곧잘 찾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그러나 우리와는 약간 다르다. 『새해에는 무슨 좋은 일이 없을까』하고 묻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네는 비관적이고 서양사람들은 낙관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새는 서양에서 점장이를 찾는 것은 비단 여자들만이 아니다. 또 재미로만 보는 낙관주의자들도 아니다.
수정을 들여다보며 점치는 미국의 「딕슨」부인이 쓴 『예언의 재능』이란 책은 3백만부나 팔렸다. 점치기 전문지인 『HOROSCOPE』라는 잡지는 작년에 8백만부나 팔렸다. 놀랍게도 전국의 신문 1천7백50개중에서 점성「코너」를 게재하고 있는게 1천2백지나 된다.
점성가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은 또 미국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8백만명이 3만명에 이르는 점장이들의 단골손님들이다. 그 중에는 「퐁피두」전 대통령도 있고, 「지스카르」의 아들도 끼어있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소련에서도 점은 유행하고 있다니 말이다. 『소련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브레즈네프」이며 「브레즈네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 부인이며, 그 부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또 점성가 「마담·그리노바」다.』 이런 말이 소련에서는 나돌고 있을 정도다.
점은 미지에 대한 불안에 싸일 때 유행된다. 『희망과 행복을 파는 상인』이라지만 사실은 점장이란 내일에 대한 공포를 적당히 이용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파리」대학의 「미셀·가르클랭」교수에 따르면 점성 「붐」은 사람들이 신앙과 자신을 잃은 데다 동양적인 신비사상에 젖은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고로는 풀리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점의 묘미는 맞는 것도 같고 안맞는 것도 같은 데 있다. 맞아도 그만이요, 안 맞아도 그만일 수 있는 데 또 점의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이래서 점장이들이 때로는 엉뚱하게 세계정세에 관해, 점치기도 한다. 가령 지난 64년에 미국의 「R·앤더슨」은 「카스트로」가 2년 내에 암살 당한다고 예언했다.
그게 완전히 틀렸지만 그렇다고 그가 벌받지는 않았다. 작년에는 또 일본의 어느 여류 점장이가 한국에 매우 불길한 예언을 했었다.
그게 틀려도 그만이다. 맞으면 기막힌 예언자가 된다. 최근에 「프랑스」에서는 맞는다는 증거며 근거가 없는 점 관계기사나 광고는 모두 게재하지 못하도록 되었다고 한다.
딱해진 것은 「프랑스」의 여인들이다. 새해 점을 칠 곳을 찾지 못하게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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