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 한 갑 1만4000원 … 영국선 담배 다섯 갑 중 하나는 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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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유학생 A가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Smoking kills’(담배 피우면 목숨을 잃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봉투였다. 담뱃잎이 들어 있다. 그는 반투명 종이와 필터도 꺼냈다. 종이 위에 담뱃잎과 필터를 놓고 둘둘 말았다. 말 그대로 말아 피우는 담배, 궐련(卷煙)이다.

 연기를 내뿜으며 그는 “가격 때문”이라고 했다. 12.5g에 4파운드(7000원) 정도 하는데 50여 번 피울 분량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20개비 든 말버러 한 갑은 그 2배인 8파운드다. 세계에서 노르웨이(9파운드) 다음으로 비싸다. 이 중 세금이 88%다.

 담배를 끊으면 좋으련만 끊지 못하는 한 A로선 주머니 사정상, 궐련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른바 밀수 담배다. 전문 취급업소가 있을 정도다. 한 보루에 30파운드였다. 영국 국세청은 2010년 유통되는 담배의 5갑 중 한 갑(22%)은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세관이 눈에 불을 켜면서 반입이 어려워지자 가격이 32~35파운드로 올랐다.

 이런 사정이니 영국 담배업계에선 “높은 담뱃값이 탈세를 조장하고 끽연가들을 질 나쁜 담배로 내몬다”고 호소한다. 택시기사들 중에는 요금 대신 담배를 받는 기사도 있다고 하니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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