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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약간의 제동 협의이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행법에서는 부부가 협의이혼을 할 경우 본적지의 시·구·읍·면사무소에 함께 가서 신고만하면 그 자리에서 성립되도록 돼있다 (민법8백26조 『ⓛ협의상 이혼은 호적법에 정한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 조항으로 해서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억울하게 이혼당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부부싸움 끝에 『이혼하자』고 서로 흥분했을때 남편의 손에 끌려 구청으로 달려가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심한 경우 남편이 『이혼서류에 도장 안찍어주면 자살해버리겠다』고 위협하여 이혼하는 여성도 많았다. 뿐만아니라 『여기에 도장만 찍으면 아이들 문제나 위자료를 잘 해결해주겠다』는 허위약속을 받고 구청에 따라가서 도장을 찍어준 여성이 뒤에 『남편이 아이도 뺏어가고 돈 한푼 안주고 있다』면서 이를 처벌할 법이 없느냐고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
결국 이와같은 협의이혼은 아직도 사회적·경제적 지위에서 약자인 아내의 편에서 보면 이혼후의 장래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기때문에 언제나 불리한 결과를 가져와 사회문제로 등장했던 것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이 조항을 『협의상 이혼은 가정법원의 확인을 얻어 호적법에 정한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바꾸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5급공무원의 「행정」사무로 처리되던 「이혼」을 가정법원이라는 사법기관에서 이 이혼이 합당하게 합의됐는가를 확인받도록 함으로써「이혼」을 보는 눈을 좀 더 신중하게 높여놓았다는 큰 뜻을 지니게 됐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정법원의 「확인」이 과연 어떤 성질의 것인지 그 절차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그냥 사무적인 확인만 하는지 또는 내용에 있어 재판이혼에 가깝게 조정 또는 양육권등의 판결을 함께 하는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협의이혼의 개선과 함께 이혼후의 각자 생활대책에 대한 재산문제, 즉 「이혼 배우자의 재산분할 청구권」을 신설하자는 개정안은 폐기돼버렸다. 아내의 가사노동도 가정경제에 분업으로서 기능해왔다는 점을 들어 마땅히 이혼할때는 이들 재산을 분할청구할 수 있도록하자는 개정안은 결국 현행의 부부별산제와 위자료청구(이혼때 과실없는 당사자가 상대편에게 재산상·정신적 고통을 들어 위자료를 청구할수있다는 8백43조)로만 그치게 돼버렸다.
따라서 현재 가장 큰 사회문제로 돼있는 이혼여성에 대한 생활보장이 가뜩이나 사회복지제도도 불충분하고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겹쳐 앞으로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게됐다.
한가지, 지금까지는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치 아니한 재산은 부의 특유재산으로 추정한다』(민법8백30조2항)는 조항을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고쳐져 아내의 내조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볼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속이 분명치 않은 재산이란 결국 동산에 해당하는 것 들인바, 이혼배우자의 생활보장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의 명의로 돼있건 모든 재산이 일단 부부가 이혼할 때는 분할청구가 가능하도록 하지않는 한 오히려 엉뚱한 부작용과 가정을 파괴하는 역기능적 경우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는 것이다.
즉 TV·냉장고 하나 사들여 놓아도 이것이 누구의 것인가를 일일이 밝혀놓아야 한다는 웃지못할 촌극에서부터 부동산등기를 할때마다 과연 이것을 누구의 이름으로 해야하느냐를놓고 현재 사이좋은 부부사이에서도 묘한 갈등을 나타낼 가능성도 없지않다.
한편 이번 민법개정과 아울러 편법으로 등장한「동성동본 금혼」조항에 대한 『혼인에 관한 특례법안』은 이번 가족법개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많은 문젯점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불법적으로 결혼관계에 있는 「동성동본」남녀들에 대해 앞으로 1년 동안만은 모든 사실혼관계를 혼인신고하게 함으로써 법해석의 문제를 낳고있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동성동본」결혼을 「취소조항」으로 하여 일반 사실혼과 구분하고 있다. 즉 이들 사이에서 아기가 출생하더라도 곁혼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으로 결혼 신고가 됐다하더라도 이를 취소하도록돼 있는데 이번 특례법은「1년간」이라는 시한을 두어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가장 존엄한 문제를 과연「한시법」이라는 특례로서 다룰수 있는가하는 엄청난 의문을 남겨주고 있다. 78년 1년동안은 동성동본끼리 아기를 낳아 신고만하면 결혼이 인정되고 그 다음해는 절대 안된다는 것은 숱한 오해와 악용의 가능성은 물론 법해석상으로 형평원칙에 어긋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다. 더우기 지금까지 「동성동본금혼」에 묶여 순결을 지켜온 남녀들(실제로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즉 법을 지켜온 사람들은 이번 특례로 구제될 수 없다는 부당한 결과까지도 갖고온 것이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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