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나 「가스」가 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겨울의 초입부터 또 다시 연탄 「가스」 중독 사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날씨가 흐렸던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사이에는 서울에서만도 23명이 「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었다.
우리 나라의 겨울철 「가스」 중독 사고의 추정 발생률은 연간 1백여만명으로 사망자만도 7백여명에 이르고 있어 그 피해는 법정 전염병에 의한 피해보다 거의 17배나 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결여된 채 해마다 그 발생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니 안타깝고, 창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연탄 「가스」 중독 사고의 증가 현상은 곧 다수 국민이 죽음과 폐인의 위험성 앞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민 전체의 불행과 직결된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정부의 연탄 증산 계획과 산림 녹화 계획의 지속적인 추진에 따라 가옥 구조가 허술하고 의료 시설이 빈약한 농어촌에까지 연탄 사용이 확대돼 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연탄「 가스」로 인한 인명 피해는 앞으로 더욱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함이 옳다.
이렇게 볼 때 연탄 「가스」 중독 사고는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위해 요인으로 파악, 이에 대한 범국민적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연탄 「가스」 중독 사고의 방지 대책은 대부분이 민간이나 개인의 체험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렇게 창출된 방안도 정리하고 실용화 하려는 노력조차 미흡했다.
우리 나라 가정 연료의 82∼85%를 연탄이 점유하고 있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연탄「가스」 중독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이 이렇게 소극적일 수는 없다.
서울의 경우에서조차 연탄 사용 가옥의 95%가 「가스」가 새도록 방치돼 있다는 한 연구결과 보고 (작보)는 이 같은 소극적 자세에서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탄의 경우는 현재의 성분이나 연소 방식을 가지고는 「가스」없는 무독탄의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결론이다.
따라서 연탄을 가정 연료로 계속 사용케 하기 위해서는 연탄 사용의 합리화라는 2차적 예방책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가옥 구조와 아궁이의 개량·가구별 안전 진단의 실시·기상 조건에 따른 「가스」 중독 주의보 제도 실시 등 적극적인 지도 계몽 사업이 전국적으르 전개돼야 한다.
특히 온돌을 놓는 경우에 반드시 자격 있는 공인 기사가 국가에서 제정한 시공 기준에 따른 구조로 하게 하고 집장수나 떠돌이 미장이들이 부실 공사를 못하도록 건축 과정의 철저한 감리와 준공 검사를 하게 하는 등 장기적인 예방 조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기능화하지 않는 한, 「가스」 중독으로 인한 참사는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급한 일은 부상 가옥의 보수를 위해 표준 온돌과 개량 아궁이 등 연소 기구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어 싼 값에 쉽게 보급될 수 있게끔 제조원에 따한 정부 차원의 능동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 추진과 계몽은 현재 추진중인 열 관리 운동의 범주에 포함시켜 가족 계획 사업이나 결핵 방지 시책처럼 집중적으로 실천된다면 현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줄 믿는다.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는 연탄 「가스」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가정마다 사람마다 생활화하는 슬기가 필요할 것이다. 가옥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친다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 하더라도 금간 방바닥을 수리하고 문틈을 메우는 일이나 아궁이에 연기를 피워 수시로 「가스」가 새는 곳을 찾아 보수하는 일 등은 각자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주부들의 세심한 주역 활동이 요긴한 열쇠가 될 것이다.
위해 요인 제거를 위한 국가적 노력과 함께 개개인의 생명의 안전을 국민 각자가 스스로 지켜 간다는 자각이 이루어질 때 연탄 「가스」의 공포로부터 해방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