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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대신 광주서 1심 … 피해자 가족에겐 ‘멀고 먼 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총본산 금수원 입구에서 신도들이 출입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16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채 금수원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검찰이 지난 15일 세월호 이준석(69) 선장과 선원 등 15명을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초 검찰은 이 선장 등 구속피의자가 수감돼 있는 목포를 현재지(現在地·사건 발생 장소)로 봐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상급 법원인 광주지법에 기소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목포지원은 형사합의 재판부가 한 곳뿐인 데다 가장 큰 법정의 방청석이 63석에 불과하고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주거지가 대부분 경기도 안산이란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소장을 접수한 광주지법은 법원행정처와 함께 피해자 가족들의 방청 편의를 도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가 목포보다는 가깝다고 하지만 안산에서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는 원거리이기 때문이다.

가족 배려했다지만 안산서 3시간
형사소송법상 재판이 열리는 장소는 우선 검찰이 어느 법원에 기소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검찰은 사건의 효율적인 처리와 피고인의 출석, 방어권 행사 등의 편의를 고려해 기소할 법원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범죄가 발생한 장소, 피고인의 주소와 거주지, 현재 위치 등 ‘토지관할’이 기준이 된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아직 선체 수색 및 인양이 끝나지 않아 범죄지는 목포가 된다. 게다가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이 목포교도소에 구속 수감돼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현재지 역시 목포로 봐야 한다. 검찰이 목포지원에 기소할 것을 검토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관련자가 많은 사건의 경우 1심 재판은 어디에서 열려도 법적으로 큰 하자는 없다.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 본사가 인천에 있고, 주요 피고인인 이 선장의 주소지는 부산에 있다. 토지관할의 기준이 되는 주소지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 재판 관할을 따지는 재판적(裁判籍) 역시 여러 군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1심 관할은 어디가 되더라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다만 사건 발생지에서 가장 가깝고 피해자 및 피고인 가족의 접근성이 편리한 곳,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광주지법에 기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선원들을 기소하면서 이들을 목포교도소에서 광주교도소로 이감했다. 피의자들의 ‘현재지’를 광주로 변경한 것이다.

피해자 가족, 피고인 연고 없는 광주
실종자 수색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유가족대책위 측은 광주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관할 결정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월호 선원들의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가족들이 많은데 광주는 너무 먼 거리”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가족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1심 재판이 광주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대한변협 노영희 수석대변인은 “실종자 수색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수사 주체가 광주지검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판단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고 피해자 가족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관련 재판적이 있는 인천지법 등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재판이 열렸어도 무리는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광주보다는 피고인들의 주거지에 가까운 법원에서 재판이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들 입장에서도 가족들의 방청이나 면회 등을 고려하면 연고조차 없는 광주는 먼 게 사실”이라며 “형소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이 관할이전 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할이전이 안 되더라도 재판 장소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관련 사건이라고 인정되면 사건을 병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6조는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수 개의 관련 사건이 각각 다른 법원에 계속된 때에는 상급 법원은 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 한 개 법원으로 하여금 병합 심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경영진 및 실소유주인 유병언 회장에 대한 수사는 현재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맡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경영진과 세월호 선원들의 공범관계가 인정된다면 두 사건은 관련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두 사건을 관련 사건으로 본다면 광주와 인천의 상급 법원은 다르기 때문에 대법원이 결정을 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직권으로 두 사건을 병합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하지만 살인죄를 적용한 상태에서 경영진을 공범으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두 사건을 병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조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집중심리하면 11월께 선고 예상
광주지법은 사건을 형사합의11부(부장 임정엽)에 배당하고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되면 다른 사건보다 우선해 신속하게 심리가 이뤄진다. 주 1~2차례 재판이 열리는 집중심리로 진행될 경우 구속 만기(6개월) 이전인 11월께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과 법원행정처는 효율적인 재판 운영 지원방안과 함께 피해자 가족들의 방청 편의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피해자 가족 대부분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고 있어 재판 진행상황을 중계방송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광주지법의 재판 영상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사법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 과정을 법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계한 바 있다. 외국인 엄마의 자녀 국외이송 사건, 키코 소송, 통상임금 소송 등 지금까지 세 차례 공개변론 중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법원 공개변론을 제외한 하급심 재판의 중계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해석이 갈린다. 대법원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하급심 재판의 촬영은 재판장이 허가해야 하지만 촬영하더라도 공판 및 변론 개시 이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내란죄 선고 공판 당시에도 법정 출석 장면만 제한적으로 TV 중계를 허용했다. 대법원 공개변론의 경우 지난해 촬영과 중계가 가능하도록 해당 규칙을 개정한 상태다.

 대법원 김선일 공보관은 “재판부가 중계방송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현행 규칙만으로 가능한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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