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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대의 당인화 『녹주미인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양화의 특징을 공간과 선과 묵으로 요약한다면 그 중에서도 선은 가장 동양화의 특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왜 선으로 그리느냐하면 대상의 재현이 아닌 것을 바라기 때문에 간극이 많은 선의 형체로 취급한다고도 한다. 선에는 작가의 흉중에 서리고있는 무형의 기가 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작가의 세계를 구현하기에 유리한 방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서의 자세와 화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동양의 독특한 면이라고 하겠다.
명대의 대가요 실력자라고 하면 당인구영 문미명 심주 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당인의 『녹주미인도』의 거폭을 볼 기회를 얻었다. 특히 뛰어난 운필의 묘를 과시하는 육여거사 당인의 『사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에 넘치는 골법적 고격의 청기를 직감토록 해준다. 도법이 바로 필법으로 옮겨진 동양화의 획선이야 말로 이도를 종횡으로 휘두른듯 인물과 매화 등의 선이 전폭에 생동할 때 과연 당백호다운 호기를 또한 받아들이게 된다. 쾌작이 아닐 수 없다. 【박노수<서울대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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