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조심스러운 월드컵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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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도 각종 행사를 자제했던 유통업계가 ‘월드컵 마케팅’에 조심스럽게 나섰다.

 가정의 달 특수를 포기하고 예정됐던 행사마저 취소했던 것과 달리 브라질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다양한 이벤트를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대로 손을 놓고 있으면 장기적인 소비 부진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고, 월드컵 마케팅은 어려운 시기에 스포츠로 국민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4년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는 점도 작용했다.

 추모 분위기 속에 어린이날 이벤트를 취소했던 특급호텔들은 ‘월드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는 7월 12일까지 ‘비바 원더아워’를 연다. 월~토요일 오후 6~9시 로비라운지에서 월드컵 개최지인 브라질을 비롯해 남미 각국의 전통음식과 와인·칵테일을 무제한 제공한다. 세금·봉사료 포함 1인당 4만5000원. 롯데호텔서울은 야외의 쿨팝스프라자에서 다음 달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치킨·맥주세트와 뿔 달린 머리띠, 막대풍선 등 응원도구로 구성한 ‘코리아더챔피언 세트’(2만5000원)를 판매하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도 다음 달 12일부터 7월 14일까지 ‘브라질리언 서머 카니발’을 열고 브라질 전통 바비큐와 버드와이저 무제한 세트(2인 6만원)를 판매한다.

 가전매장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깨끗한 대형화면으로 축구 중계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월드컵 특수’ 대상으로 꼽히는 50인치 이상 초고화질(UHD) TV의 판매 비중이 이달 들어 40%로 확 늘었다. 올 3월까지 30%대였던 판매 비중은 세월호 침몰 이후 지난달에는 20%대로 떨어졌다. 50인치 이상 대형 TV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하이마트는 다음 달 26일까지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시 승용차, 55인치 UHD TV 등 1억원어치 경품을 주는 행사를 연다. 롯데마트는 7월 14일까지 전점에서 응원도구·축구용품전을 연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남성복 갤럭시는 월드컵 국가대표 공식 단복을 협찬하면서 월드컵 응원가 이벤트를 펼친다. 19일부터 전용 사이트(galaxypride11.kr)에서 가수 김경호와 함께 응원가를 부를 일반 참가자 2014명을 선착순 모집하고 경품 이벤트도 연다. 글로벌 브랜드는 ‘월드컵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푸마는 양 발의 색상이 선명한 핑크와 하늘색으로 각각 다른 ‘트릭스’ 축구화(23만9000원)를 다음 달 5일부터 판매한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트로피를 상징하는 황금색 삼선마크가 들어간 ‘배틀팩’ 축구화를 이달 26일부터 판매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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