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 연장 노린 「가짜 결혼」|서독의 외국 노동자들에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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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백50여만 외국 노동자를 고용, 「유럽」 최대의 노동 시장임을 자랑해온 서독이 최근 들어 외국인 취업을 규제하면서 체류 허가를 받기 위한 서독 여인과 외국인의 가짜 결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결혼은 시청 호적 담당자 앞에서 사진이나 한 장 찍고 『이 사림이 그대 남편이냐』는 질문에 『네』하는 신부의 대답으로 간단히 끝난다.
1백만 실업자로 고민해 온 서독 정부가 지난 73년 비 「유럽」공동체인의 체재 및 취업에 제재를 가하면서 가짜 결혼이란 이색적인 탈출구가 생겨난 것이다.
관광객으로 입국한 이들 외인 부대의 주력인 「터키」와 「유고」의 노동자들은 일단 서독 여자와 결혼했다하면 추방으로부터의 보호는 물론 최저 3년간의 체제 및 직업 보장이 가능한 터에 직장을 얻지 못할 경우 실업 수당까지 받게 되어 「알만 빼먹는 격」-.
더구나 본국에 부인이 있다해도 사실혼을 중시하는 나라이므로 절차마저 간편.
한데 문제는 신부를 구하는 일. 독일어에 능통하고 재주가 비상한 친구라면 진짜 결혼으로 「골인」하겠지만 대부분 신문 광고나 뚜장이를 이용한다.
신문 광고문안은 철저하게 공개적으로 『외국인 24세. 체류 허가를 받기 위해 서독인 부인을 구함, 사례를 두둑이 드리겠으며 동거 의무는 없음』이라는 투다.
그러나 서독 일부의 신문들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 같은 광고 접수를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뚜장이들이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성업중인 비밀 결혼 복덕방만도 무려 50여개. 이들을 통해 만나게 된 신랑 신부는 일단 말끔히 차려 입고는 호적계를 방문, 값 싼 「니켈」 반지까지 교환하면서 즉석 결혼식을 올리고 체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 까진 좋으나 신랑이 신부에게 5천「마르크」 (1백만원)의 사례금을 건네주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지기 마련이다.
5천「마르크」사례비는 뚜장이나 신부가 똑같이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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