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 참가 작품을 심사 끝나기 전에 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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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 지난 10월13∼17일 서울 문화 회관 별관에서 공연됐던 『물도리동』을 중심으로 연극계는 다시 논쟁의 격류에 휘말릴 전망. 논쟁의 초점은 작품의 수준이나 내용보다 경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연극제의 참가 작품에 대해 연극제 전체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평론가 (대한민국 연극제 운영 위원)가 비평을 가함으로써 수상작 심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
논쟁의 발단은 평론가 유민영씨가 지난 1일 발간된 『뿌리 깊은 나무』 11월 호를 통해 극단 「민예 극장」이 공연하고 대표인 허규씨가 작품도 쓰고 연출했던 『물도리동』을 비평하면서부터 『물도리동』은 경북 하회동을 우리말로 고친 것으로 하회탈과 서낭 설화를 결부시켜 작품화한 것이었다.
유씨는 이 작품의 평을 통해 ▲『물도리동』은 현대적 싯점에서 옛 전설을 보면서도 그 전설에 얽매여 탈피하지 못했다 ▲극중 허 도령이 왜 자살해야 하는지 맥락이 닿지 않아 관객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뮤지컬」인지, 창극인지, 무용·음악을 조금씩 곁들인 일반 극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절박한 진실도 아름다움도 느낄 수 없었다 ▲따라서 관객에게 공감의 띠를 형성치 못한 실패작이었다고 혹평해 버린 것.
이 같은 유씨의 평론에 대해 허규씨는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유씨가 이 작품을 평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씨는 연극제 운영위원 (심사위원은 별도로 구성돼 있다)으로 대통령상이나 문공부장관상 심사 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혹평은 억울하다는 것이 허씨의 견해. 허씨는 연극제가 끝나기도 전에 이 같은 평론이 발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호소했다.
한편 유씨는 이 같은 허씨의 의견에 대해 평론가는 해당하는 달의 문제작을 중심으로 비평하는 것이 마땅하므로 하등의 잘못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연극계는 지난여름에 있었던 평론가와 연출가·작가들의 비평 논쟁을 되새기며 귀추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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