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나치」 작가 「토마스·만」의 일기|사후22년만에 서독서 출판|히틀러 붐 속…유언 따라 묻어 뒀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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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치」에 대한 저항으로 끝없는 망명 생활을 해온 독일 작가 「토마스·만」의 일기가 그의 사후 22년만에 햇빛을 보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도 「히틀러·붐」이 한창인 가운데 반「히틀러」작가의 일기마저 이목을 끌게되어 최근의 서독 출판계는 이래저래 「히틀러·붐」을 가속화하고 있다. 「토마스·만」의 일기는 「나치」를 피해 「뮌헨」을 떠난 1933년부터 1955년 80세의 고령으로 죽을 때까지의 22년간을 기록한 것으로 무려 6천여「페이지」의 방대한 내용-.
현재 출판된 부분은 이 가운데 2백38「페이지」에 불과하나 벌써부더 문학적 가치는 물론 「히틀러」 연구를 위해서도 값긴 자료가 된다는 평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사실주의 문학과 「나치」 저항 운동의 기수인 「만」의 일기가 이토록 늦게 출판된 것은 자기 자신의 유언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노 작가는 『나의 일기가 문학적 의미로 보아 아무런 출판의 가치가 없다』면서 봉인, 20년후에나 개봉하라는 말을 남기고 55년8월12일 숨을 거두었다. 때문에 일기를 보관해온 「취리히」의 「토마스·만」 기념관은 그의 사후 2020년만인 75년8월12일부터 일기 전집의 출판에 착수, 최근 제1권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본인의 유언과는 달리 제1권에서부터 문학에 대한 깊은 예지가 돋보이는 가운데 그의 솔직 담박한 성품과 반 「나치」 또는 망향의 그리움이 기술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청년 시절의 동성연애를 회상, 『P·E (화가「파울·에렌부르크」)와의 관계는…』라고 술회했는가 하면 「섹스」가 어떻다는 등 순전한 개인 문제도 서슴없이 일기에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보다는 반 「나치」와 망향의 그리움이 제1권 전편에 넘쳐 흐른다.
「히틀러」를 지칭했다하면 『그 짐승』 또는 『그놈』-. 이토록 격렬한 문귀가 있는가 하면 방랑 생할 첫해의 5월31일자 일기처럼 『고국에 평화가 있다면, 그리고 이 몸이 조국에 있다면…』하는 애틋한 그 귀가 여기 저기에 눈에 띄어 「만」의 뜨거운 조국애는 일기를 통해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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