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체제 모두 부정하는 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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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질여객기의 구출과 수감중인 「게릴라」지도자의 자살은 독일인들에게 환희와 경악의 착잡한 충격을 줄 것 같다. 거의 10년 넘게 서독의 사회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과격파 도시 「게릴라」들의 도전과 좌절감이 이 두 가지사건으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18일 감방에서 자살한 「안드레아스·바더」는 「루프트한자」납치범들이 석방을 요구하던 대상자 중의 핵심적 인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서독도시 「게릴라」의 대명사였던 「바더·마인호프」 「그룹」의 명칭 그의 이름을 딴것이었다.
그는 또 하나의 지도자였던 지난해 5월 역시 감방에서 자살한 「울리케·마인호프」여인과 함께 도시「게릴라」세력을 비롯한 서독급진파 「인텔리」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우상이기도 했다.
60년대 극좌학생운동에서 비롯된 이들은 경제적 풍요 속의 서독사회구조가 「나치」의 「파시즘」구조와 본질적으로 동일선 상에 있다고 주장하며 폭력에 의한 이 체제의 타도를 꾀하고 나섰다. 당시 서구의 「인텔리」에 유행하던 「마오이즘」(모택동 사상)에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허무주의·무정부주의적인 사상의 복합이 이들의 행동철학이었다. 자본주의체재의 「포학성을 타도」하기 위한 항거는 폭력수단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그동안 은행강도·미군부대습격 등 「테러」활동을 자행하다 최근 2∼3년 들어 더욱 과격해졌다. 75년에 수감된 동료석방과 활동자금을 요구하며 「스웨덴」의 서독대사관점거로 시작된 활동은 정계요인납치·검찰총장·은행총재의 살해 등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경찰이 입수한 이들이 노리는 대상「리스트」에는 각계 각층의 지도적 인사 6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테러리스트」들의 특징은 거의 모두가 중상류가정출신의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라는데 있다.
경찰은 이들 과격파 「테러리스트」가 1천2백여 명·동조세력이 6천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중 절반이 성직자·대학교수 등 양가의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이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더욱 잔인하게 「테러」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납치사건의 좌절과 지도자의 자살로 서독 내 도시「게릴라」활동이 종막을 고할지 아니면 반대로 이들을 순교자로 추앙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싹틀지가 주목거리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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