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북한학자도 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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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안해저유물의 특별공개와 때를 맞추어 이 문화재의 제작연대와 당시의 무역양태, 배의 침몰 경위 등을 구명키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대회에는 우리 나라와 일본·자유중국·「홍콩」, 그리고 미·영의 학자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3차에 걸쳐 인양된 6천여 점의 문화재 중에는 약간의 고려청자가 섞여있을 뿐 거의 전부가 중국유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신안 유물은 우리 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고고·역사학계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특히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대만과 「홍콩」학자들이 이번 학술대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비단 그들 뿐 아니라, 중공학계에서도 신안 유물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중국본토와 「홍콩」에서 동시에 발행되는 「대공보」지도 지난 6월27일자에서 신안 유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한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진 문공장관이 인양 미술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중공과 북한학자들의 공동연구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한 것은 뜻 있는 일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제안이면서도 우리의 문호 개방적인 기본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고고학분야의 연구란 여타의 어느 분야보다도 비교와 종합이 요구된다. 그래서 국제간의 공동연구와 발굴 내지는 연구성과의 교환이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일본「아스까」고송총 고분벽파가 발견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남북한과 중공·대만의 학자를 초청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또 일본학자들이 중공에 가 관동군의 광개토대왕비문 조작사실을 밝혀낸 일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대륙의 학자들이 중국대륙에서 만들어진 고대미술품의 일괄유물을 그 출토지가 한국이라 해서연구·비교를 못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합리하다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국가간의 이념이나 체제의 차이에 관계없이 상호교류를 늘려나가는 작금의 세계추세에 있어 서랴. 우리는 이 개명한 세계에서 상호간의 학술교류를 저해하는 장애를 해소해야하며, 또 그렇게 되기를 열망한다.
이 진지한 뜻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상대에게 달린 일이겠지만, 역사란 지평에서는 결국 순리에 역행하는 측이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왕 말이 난 김에 남북조절위에서 우리측이 제의했던 고 미술품 및 고고학자료의 남북교환전시와 해외지역 공동개최문제에 대해서도 평양 측의 진지한 반응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우리민족의 고미술품이나 고고학자료의 경리는 과거 일본인들이 도맡다시피 하여 왜곡된 것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방을 맞아 남북이 각기 상당한 업적을 내기도 했다지만 비교·종합이 곤란해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것이 불소하다.
예컨대 공주부근에서 구석기가 발견되어 종전의 학설이 뒤바뀔 계제에 있지만, 북한지역의 비슷한 발견 여부를 전혀 모르는 형편이다. 또 북한의 은율 지방 고분에서 부장된 곡물이 발견돼 우리민족 농경의 편년이 상당히 올라갈 자료가 되었다지만, 이것도 우리로선 구체적으로 알 길이 전혀 없다.
우리민족의 발자취와 이룩한 문화유산을 찾아내는데 마저 이념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고고학분야에 대한 우리측의 거듭된 개방적 제의를 북한과 중공 측이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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