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 드문 가을 국전-작품경향과 수준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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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을국전은 순수미술만을 모아놓아 오붓한 잔치. 국전사상 처음으로 공예·건축·서예·사진을 떼어놓고 그들만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일제 때의 선전부터 따진다면 50년만의 일. 지난 수년동안 구상과 추상을 봄·가을로 분리 전시하던 것을 고쳐서 금년부턴 동양화·서양화·조각의 구상·추상이 하나의 최고상을 놓고 겨루게 된 것이다. 이들 회화·조각의 입장에선 국전이 발전적 개혁을 이룩한 셈인데, 과연 그들 작품 그 자체는 얼마만큼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러나 이번 26회 가을 국전을 살펴본 결과는 반대로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것 같다.

<소홀해진 출품열>신인들 참가열 높은편|10호 미만의 소품 많아
공모부문에서 출품한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얘기. 대통령상을 놓고 동양화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아쉽게 여기는 선후담은 우수작끼리 경쟁해서가 아니라 곧 최고상감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 한 심사위원의 말이다.
이번씨의 『팽창력-겨울』이란 작품은 우선 조각적으로 처리한 회화작품이고, 그 노력의 성과가 가상하다는 점에서 점수를 더 얻은 것이다.
신인층의 국전 참가열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국전의 권위를 은연중 인정하고 있으므로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천 및 초대작가들의 작품에선 소홀해진 현상이 뚜렷한 것 같다.
회화에 있어 10호 미만의 소품을 출품한 예가 몇 점 있는가 하면 매매고객을 의식하거나 무성의한 졸작도 없지 않다. 국전을 이끌어오고 또 국전의 명성을 누려온 기성작가들이 이같이 국전을 홀대한다면 그야말로 국전의 타락이요, 자멸이 되기 때문이다.

<부문별 분포>추상계열 작품 부쩍 늘어|서양화, 동양화의 2배
금년 국전의 총 응모수는 l천2백77점. 그 중 80%에 달하는 1천여 점만 입선됐다. 이러한 20%남짓한 낙선율은 10여년 전에 비하면 심사가 엄격해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미술인구가 많아지면서 졸작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반론도 된다.
각 분야별 입선율은 ▲동양화=구상 26%(2백73점 중 70점) 추상 30%(86중 26) ▲서양화=구상 17%(4백73중 80) 추상 13%(3백19중 40) ▲조각=구상 40%(76중 30) 추상50%(50중 25).
위의 출품과 입선수로 보면 서양화 인구는 동양화의 배가 넘고, 조각 인구는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작품 경향>동양화는 산수화 많고|서양화는 실사력 향상
동양화 구상에서는 의연히 매칼 없는 산수가 지배적이며 신인들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양화의 소재나 묘사법까지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장재규 「가인」, 이동구 「청추」 등). 역시 동양화는 사생의 단계.
그에 비하면 서양화 구상은 실사력이 좋아졌는데 어떻게 감정을 이입하느냐가 오늘의 과제인 것 같다(장완 「생」 등). 조각에서는 양감으로 압도하려는 경향이 뚜렷한데(김광우 「자연+인간·우연」) 기성작가들은 거의 소품들이다. 특히 회화부문의 추천작가 출품작중엔 입선조차 낯뜨거울 정도의 것이 간간 보여 국전의 인장을 흐려놓고 있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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