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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더·밀러」작『「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윌리·로머」는 생명보험을 타려고 자살한다. 자동차사고를 위장하는 것이다.
「아더·밀러」작품의 무대가 된 미국의 경우 한 가구 당 5명 이상이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문명국일수록 생명보험의 가입자가 많은 것은「아이러니컬」하다. 생명이 귀중해서라기보다는 생명의 경시현상 때문일 것 같다.
사회의「메커니즘」자체가 문명사회일수록 인간생명은 더욱 더 위협을 받는다. 갖가지 사고사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물질만능의 사고방식은 또한 생명을 존중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명국의 생보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로 그런 사회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생명보험의 기원은 고대「로마」에서 찾아 볼 수 있다.「클래지아」라는 예술가들의 친목회에서 회원이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불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그것은 정기적으로 가입비를 낸 회원에게만 주는 혜택이었다.
「P·로버트슨」편저『세계 최초의 기록』이란 책을 보면 오늘날과 같은 생명보험제도는 1583년부터 시작되었다.「런던」시 삼사회원인「리처드·마틴」이 소금업자「월리엄·가번즈」라는 사람에게 3백83「파운드」의 보험을 걸고, 보험회사에 약 30「파운드」의 보험료를 물었다. 조건은 1년 이내에 편안하게 죽을 경우에 한해 보험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사고 사는 인정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연 2백 만원 상당의 보험금이면 적지 않은 액수다.
「기번즈」는 정말 11개월 후에 죽었다.
그러나 보험희사는 휴일을 뺀 월 28일로 계산하면 1년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불을 거부했었다.「마틴」은 끝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결은『날짜는 달력에 있는 데로 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마틴」이 승소한 것이다.
오늘의 보험제도「보험수학」이라는 학문분야가 생길 만큼 전문화하고 또 발전했다.「제임즈·대드슨」이란 사람은 이른바 보험수학자인「액튜어리」의 창시자다.
요즘 부산의 어느 아낙네가 보험금을 받아 내기 위해 인척을 4명이나 살해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그 아낙네는 인간의 생명을 다만 물질의 척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아더·밀러」의「세일즈맨」의 자살은 고전적인 죽음이라고나 할까. 사람이 죽어서 이름 아닌 보험금을 남기는 세태도 어설프지만, 그 보험금이 생명보다 더 값있다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세태는 어딘지 살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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