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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누르니 수도권이 '불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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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자고 나면 값이 올라요.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서 만난 Y부동산중개업소 尹모(45)사장은 "요즘 태안 부동산시장은 전철 개통 등 개발 재료로 지나치게 들떠 있다"고 말했다.

태안읍 일대 아파트 분양권값은 일산.서울 강북권 일부 아파트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올라 거품 현상이 있는데도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경기도 수원.화성.오산.평택 등 수도권 남부권 아파트 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이라크전쟁과 북핵 위기 등으로 대부분 지역 아파트시장은 침체되고 있으나 이들 지역은 초강세다.

이달 말 경부선 수원~병점 구간 2복선 전철 개통과 화성 동탄 택지지구개발을 앞두고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권 웃돈만 최고 7천만원을 호가하는가 하며 분양권이나 청약접수증 불법거래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화성시 태안읍 기산.기안.병점리 일대 아파트 분양권 웃돈은 최근 한 달 새 1천만~2천5백만원 올랐다. 태안지구 내 주공4단지 32평형(분양가 1억2천2백만원) 웃돈은 2월말만 해도 로열층 기준으로 4천5백만~5천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7천만을 줘야 살 수 있다.

연말께 입주 예정인 태안읍 기산리 삼성래미안 42평형은 2억1천만~2억2천만원으로 웃돈이 4천만원 이상 형성돼 있다.

태안읍 참진부동산 박태진 사장은 "값이 계속 오르자 매도자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태안읍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한 지 1년이 지나야만 분양권 매매를 할 수 있으나 아직 분양한 지 1년이 안된 대우푸르지오.LG자이.주공3단지.신일해피트리 분양권도 버젓이 거래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도 계약서 공증을 통해 전매를 하고 있다. 분양권을 2~3개 사들인 외지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산에도 투자자들이 부쩍 늘면서 수청동 우미이노스빌 34평형의 경우 4천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1억9천만원선에 거래된다. 지난해 10월 분양된 궐동 제일하이빌 35평형도 최고 3천만원이 붙었다.

인근 대원컨설팅 민일성 사장은 "내년 3월께 분양될 화성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6백5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분양권값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평택은 기존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다. 비전동 주공 1단지 17평형은 8천3백만원, 합정동 주공3단지 21평형은 9천만원으로 한달 새 5백만원 이상 뛰었다.

평택동 김영준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토지시장이 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당첨자 발표 이전에 청약접수증만으로 거래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우선 공급에서 1.3대1의 경쟁률 속에 마감된 평택 장당 택지개발지구 H아파트의 경우 당첨이 안되면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1천5백만원의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된다. 인근 한 중개업자는 "위험이 큰데도 단기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이런 매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화성.오산.평택 일대 일부 분양권값은 기존 아파트값을 웃돌고 있어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분위기에 휩쓸려 뒤늦게 분양권을 매입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열조짐을 보일 땐 한발 물러서 냉정한 투자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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