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세계청소년음악제를 보고…성두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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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9차 「세계 청소년음악대회」가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 제2차 대전후 젊은이들이 퇴폐와 절망 속에서 헤맬 때 음악언어를 통해 젊은이들이 잃은 꿈을 찾고 국제간의 친선을 도모하자고 만든 것이 세계 청소년 음악연맹.
이번에는 세계에서 선발된 만24세 미만의 청소년 1백여명이 교향악단을 이뤄 「세르지·보도」의 지휘로 두 차례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각「파트」의 「코치」중에는 현재 「하노버」교향악단에서 활약하는 「플루트」의 김창국씨가 목관「파트」를 맡았다. 우리나라의 젊은 연주자로는 모두 13명이 참가했다.
이채로운 것은 이번 청소년 교향악단의「멤버」중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이 기악을 전공했던 것에 비해 외국의 경우는 문학·법학·공학 등을 전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기교와 실력이 전문가 이상이었다는 것은 그 나라의 폭넓은 음악인구와 일반의 음악수준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지난 3일부터 서울수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합숙훈련을 한 이들 청소년교향악단의 연주는 20일이 채 못되는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이었다. 22, 27일 모두 훌륭한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중후한 느낌의「브람스」의 『제1번 교향곡』 과「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 그리고 「레스피기」의『「로마」의 소나무』와「듀티유」(「프랑스」작곡가)의 『메타볼』, 「팔라」(「스페인」작곡가)의 『삼각모자』등 아주 국제적인 색채가 강한 「레퍼터리」였다.
이 어려운 곡들을 지휘자 「보도」는 섬세한 음악성을 가지고 명쾌하고 정열적으로 「리드」했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혼연일체가 된 가운데 이들의 연주는 젊은이다운「리듬」감각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음색의 묘미를 십분 살린 것이었다. 마지막날 마지막 곡 『메타볼』 에서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목관과 금관「파트」의 연주는 교향악단이 아니고는 낼 수 없는 음향효과를 최대로 살린 연주였다.
여기에 연주가 끝나고도 청중들이 자리들 뜨지 못하도록 한 젊음의 마력이 스며있다고 생각된다.
그밖에「보도」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서울예고와 예원의 학생들로 구성된 현악합주단의 섬세한 선의 움직임은 참으로 아름다왔다.
24일에 있었던 세계 경연대회 입상자 연주회에서의 일본의「첼리스트」「하야시·미네오」의 2개의 협주곡은 이미 기성인으로서의 그의 뛰어난 음악성과 기교를 마음껏 발휘한 연주였다.
그러나 그와 협연을 한 한국청소년 교향악단의 연습부족으로 인한 화음의 부조화는 유감스러운 것이었다.
23일에 있었던 「동양음악의 밤」을 통해 우리고유 전통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외국음악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번 음악회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한데 모아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 맺어진 우정들이 오래토록 계속될 때 이 음악회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작곡가·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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