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몇 명의 여자와 잔 것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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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이 남자의 첫 여자일까?’라는 고민, 애인과 함께 있는 침대 위에서 안 해본 여자가 몇이나 될까? 알고 있겠지만, 남자들에게 섹스는 하나의 정복형 게임인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한 여자와의 관계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여기 경험 전무의 숫총각부터 만났던 여자를 천천히 세어보아야 할 정도의 카사노바까지 6명의 ‘평범한’ 남자들이 이제까지 자본 여자들의 숫자를 어렵게 밝혔다. 기사에 나온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밝혀둔다.

0. 기회만 온다면 - 이영문(25세 대학생)

‘나 아직 경험 없소’ 하고 말하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사랑하는 여자와의 첫날밤(?)을 위해 ‘동정’을 지키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뭐 아직 기회가 없었다는 게 진실일 것 같고, 또 굳이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변명이라면 변명일까? 여자 친구는 많은데 확실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 잔뜩 몸이 달아오를 땐 자체조달(?)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첫 경험은 나만의 그녀와 하고 싶다. 최고의 여자 마음속에 있긴 한데….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면 정말 짜릿할 것 같은데 아직은 손길을 내밀 단계가 아니야. 그렇다고 서두를 마음도 없어. 천천히 내 여자로 만들어가는 것, 그의 유일한 남자가 되는 게 내 목표니까.
최악의 여자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경험이 없으니 최악도 없다고, 다행이라고.

1. 기회가 없어서 - 황인석(27세 엔지니어)

난 아직 첫 경험의 여자와만 관계를 맺고 있어. 대학 졸업 직전에 만나 2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지. 졸업 후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약사인데 얼마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내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아. 만난 지 거의 반 년쯤 됐을 때였던 것 같아. 장맛비가 내리던 양평에서 우린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받아들였지. 둘 다 처음이라 무척 서툴고 힘들었지만 모텔 창에 하얀 입김이 서리도록 열심이었어. 그리고 이후 여관이나 내 원룸을 넘나들며 정기적인 섹스를 했지. 그런데 요즘 드는 의문 하나. ‘다른 여자들도 그녀와 같을까?’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지만 한창 끓는 피를 가진 20대 남자의 당연한 관심 아닐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할 기회가 온다면, 글쎄 뭐라 장담을 못 하겠네.

최고의 여자 그녀가 내겐 최고의 여자야. 뭐 자본 여자가 그녀밖에 없기도 하지만 일상에서의 친절함만큼 침대 위에서의 서비스도 죽이거든. 최악의 여자 사실 외도의 기회가 한 번은 있었지. 나이트에서 부킹한 섹시한 여자와의 원나잇 스탠드. 그러나 씻고 나오니까 술에 절어서 잠들어 있더군. 지독한 술냄새와 잠꼬대. 술이 확 깨면서 애인 생각이 나더라니까.

2. 섹스는 오락이다 - 백정민(28세 프로그래머)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면서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지 못하다고 법에 저촉될 일은 없다. 단지, 양심에 걸릴 뿐…. 난 지금껏 두 사람의 여자와 관계를 맺어봤어. 그런데 우스운 것은 그 시기가 같다는 거지. 애인과의 관계가 조금씩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학원 동료 여교사가 내게 다가오더군. 물론 그녀는 내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회식이 끝나고 집이 같은 방향이라 함께 택시를 탔는데 그녀가 술 한잔만 더 하자고 하더군. 그러다 필이 꽂혀 그만 그녀 집 부근의 여관으로 들어가게 됐지. 그후로 몇 번의 관계를 가졌고, 그러다 그녀가 다른 학원으로 옮겨가면서 우리의 ‘불륜’은 끝이 났지. 사실 애인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이었지만 양다리와 ‘불륜’이라는 것의 스릴감 또한 만만치 않더라구.

최고의 여자 사실 잠자리로만 생각하면 동료 선생이었던 그녀가 훨씬 좋았지. 먼저 내게 손길을 내밀었던 그녀는 침대 위에서의 테크닉 또한 적극적이고 화려했어. 오히려 내 쪽에서 ‘이러다 너무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으니까.
최악의 여자 그렇다고 내 애인이 최악의 여자라고 할 수는 없고….

5. 그래도 사랑해서 '섹스'하지 - 방준형(29세 방송작각)

군 입대 후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가버린 내 첫사랑, 복학 후 소개팅에서 알게 된 현모양처형의 그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초등학교 동창, 그리고 우리 팀에서 비서 역할을 하던 직장 동료와 사교클럽동호회의 퀸카인 그녀. 이상이 내가 잠자리를 해본 여자들의 명단이야. 꽤 화려하다고? 글쎄.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양다리를 걸치거나 오로지 섹스만을 위해 그녀들을 ‘꼬시려’ 든 적은 없어. 난 매 순간마다 내 순정을 바치려고 노력했고, 또 그만큼 그녀들과의 관계는 잘 풀리는 듯했지. 게다가 지난번 대학 동창들과의 술자리에서 보니 결코 내가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한 것은 아니더라구. 그 자리에 있던 녀석들 중 절반이 나보다 더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거야.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그들은 결코 카사노바나 날라리가 아니거든. 일반적으로 내 나이의 남자들에게 대여섯 명의 여자 경험은 있는 것 같아.

최고의 여자 동창회에서 만난 6학년 때 짝꿍.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 애와의 만남은 아주 자연스러웠어. 침대 위에서도 추억을 하나하나 곱씹듯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더군. 최악의 여자 사교클럽동호회의 퀸카. 막상 침대 위에서는 자신만 즐기려 할 뿐, 배려가 없더군. 처음엔 퀸카와 잔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는데 차츰 기운이 빠지더라니까.

10. 사랑? 웃기지 말라 그래 - 강현민(30세 카페 운영)

섹스는 하고 싶지만, 이미 성관계를 가졌던 사람은 싫고…. 솔직히 말하면 난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는 스타일이야.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문제는 관계가 식상해졌을 때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것인데…. 파트너들의 교통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곤 해. 몇몇 그야말로 쿨한 여자들을 빼곤 대부분의 여자들과 감정 문제에 부딪히게 되거든. 섹스 후 내 쪽에서 먼저 감정이 생겼을 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게다가 이젠 식상해져 헤어지려 하는데 나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굴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엔 정말 기가 막히지.

최고의 여자 잠자리도 잠자리지만 그 이후 깨끗한 모습을 보이는 여자. 이후에 만나도 처음인 것처럼 신선하고, 또 매너를 지킬 줄 아는 여자가 매력적이지. 가장 어린 나이였던 스물한 살의 그녀는 내가 겪은 여자 중 유일하게 잡고 싶은 여자였어. 최악의 여자 반대로 한 번 같이 잤다고 해서 마치 애인처럼 굴려는 여자는 정말 부담스러워. 침대에서도 아주 오랜 연인처럼 감추는 게 없어. 상대방이 자신을 어떤 상대로 보고 있는지 도무지 눈치가 없는 경우지.

? 밥을 먹듯, TV를 보듯 - 김석호(29세 디자이너)

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 경험한 여자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내겐 섹스란 그저 밥을 먹고, TV나 신문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샤워를 하듯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횟수나 경험한 상대방의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하나, 내가 하고 싶은 상대와 하고 싶을 때 했느냐, 그리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냐는 것. 그리고 밥과 신문과 샤워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듯 섹스한 상대에게도 어떤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이 좋았고, 후회되지 않는다면 그만. 지금껏 경험한 여자의 숫자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새로운 여자들과 섹스를 한다.

최고의 여자 거래처 실장이었던, 깔끔한 외모에 그녀 자신도 ‘즐기기’ 위해 나를 만났던 연상의 그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의 밤은 뜨거웠다. 어떤 부담감도, 책임감도 필요 없는 그야말로 ‘베스트 걸’이었다. 최악의 여자 아무래도 재미없는 여자를 꼽을 수밖에. 나의 여성 편력 초기엔 테크닉도 서비스도 거기서 거기인 여자를 몇 명 만났다. 요즘엔 그런 실수 안 한다.

기획 : 김서희(코스모폴리탄) | patzzi 노영선

기사제공 : 팟찌닷컴 (http://www.patz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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