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트럭」에 운전사 몰래 승차…부상 "운전사 처벌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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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트럭」적재함에 운전사 몰래 올라타고 가다 땅바닥에 추락, 다쳤다 하더라도「트럭」운전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형사부는 8일「트럭」운전사 김용회 피고인(37·서울 강남구 거여동218의6)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트럭」운전사는 출발 전에만 적재함을 확인, 안전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을 뿐이며 이미 운행중일 때 몰래 뛰어 탄 승차자에게까지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19일 하오9시10분쯤 충남 당진군 우문면 초낙도리 앞길에서 갯지렁이 14상자를 실은 수협중앙회 소속 서울7마3015호「트럭」을 몰고 가다 몰래 이「트럭」적재함에 올라탄 이 마을 주민 박영호씨(28)가 길바닥에 떨어져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당시 김씨는 출발지를 떠나 20여m쯤 갔을 때 이 마을 주민 김창례씨(26·여)가 편승을 요구하며 손을 들어 차를 세웠으나 승차자가 김씨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란 말을 듣고 편승요구를 거절, 그대로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이때 길옆에 숨어있던 박씨가 운전사 김씨 몰래 적재함에 뛰어올라 탄 채 가던 중 5km 떨어진 같은 면 삼봉리 앞길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중상을 입게된 것.
검찰은 ▲운전사 김씨가 편승을 거절했다 하더라도「버스」운행이 끊긴 야간에 박씨가 몰래 승차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박씨를 하차시키든지 운전석 옆자리에 태우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김씨에게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었다.
그러나 1심인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운전사 김씨가 박씨의 편승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또 편승을 예상하기도 어렵고 ▲이 사고가 운전사 김씨의 과실이라기보다는 피해자 박씨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에 검찰은 대전지법에 항소했으나 1심과 같은 이유로 항소가 기각됐고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역시 기각된 것이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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