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인터뷰] 36조 최범현 기수

중앙일보

입력

▲ 소 속 조 36조
▲ 생년월일 1979/04/11
▲ 통산전적 234전 (11/15/13/23/21), 승률 4.7%, 복승률 11.1%
▲ 기(期)수 20기

최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기수가 있다. 바로 최범현 기수가 그 주인공인데, 11월 셋째 주 경마를 마감한 현재 4승의 성적을 거두며 그 동안 목말라했던 우승에 대한 갈증을 한껏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많은 땀을 흘린 노력의 대가임을 그이 동료들은 주저 없이 얘기한다. 그만큼 최 기수는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동기들과 비교해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씨익(?) 웃어 보이는 최 기수는 쉽게 좌절하기보다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인생 철학을 품고 있었다.

금주에는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으로 경마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고 있는 최범현 기수를 만나보았다.

"부족한 게 많은 만큼 더 노력해야죠"
"두 자리 승수 달성이 연내 목표예요"

- 11월 들어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이렇게 까지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믿고 꾸준하게 기승할 기회를 주신 조교사께 감사드린다. 사실 노력에 비해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나름대로 분석을 많이 해봤다. 그때마다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노력하자였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급적 금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훈련을 꾸준히 해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 우승한 경주에 대해 말해달라.

'플럼애즈유레카'의 경주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임했으나, 두 번째 우승이었던 '대승천하'의 경주는 편성을 봤을 때 해볼 만 하겠구나 생각했다. 서두르지 않고 마지막가지 꾹 참고 레이스를 풀어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기승한 것이 체력 안배가 잘됐고, 이것이 우승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어 너무 기뻤다. '천년대풍'은 지구력이 약해 매번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편하게 선행에 나서게 되어 경주가 잘 풀렸던 듯하다. 마지막으로 '우진세상'은 인기마라는 심적 부담으로 인해 나머지 레이스 초반 서두르는 바람에 중반 이후 선두를 빼앗겼으나, 종반 한발을 더 써주어서 이길 수 있었다.

- 소속조 외에 42조(김명국 조교사)의 기승이 많은데.

연초에 김경진 선배의 소개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후배 기수였던 박진희 기수가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조교를 도와주게 되었고, 이때부터 42조 마필에 기승하게 되었다.

-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다면.

아직 많은 경주를 경험하지 않아 특별히 소개할만한 경주는 없다. 굳이 기억해낸다면 지난 4월 '천마총'에 기승했던 경주이다. 조교사의 작전대로 레이스가 잘 풀렸고, 1군 경주에서 우승까지 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비동자'를 이기고 우승을 하여 다른 경주보다는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 기수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동기는.

체격 조건이 기수 생활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으나 전혀 몰랐던 세계에 도전장을 내는데 까지는 개인적으로 쉽지 않았다. 당시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고 있었던 나는 학업과 사회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세계라는 점에 이끌려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

- 하루 일정은 어떻게 보내는지.

새벽에 눈을 뜨면 주로에 조교를 나간다. 하루 적게는 5두, 많게는 8두까지 훈련을 시킨다. 조교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10시 가량 되는데, 자세 교정을 위해 기승기와 20∼30분 씨름한다. 그리고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오후가 되면 놀이 운동(경주마)을 시작으로 하체 보강을 위해 러닝을 하고 있다.

- 기수로서 자신의 단점이 있다면.

아직은 배워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단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초에는 스타트가 늦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으나, 이점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불만이다. 우선 이점을 더 보완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심적 부담으로 서두르다가 경주를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기승하는 말을 믿고 침착하게 경주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내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 금년도 남은 목표가 있다면.

연초에 세웠던 목표는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목표치를 이룰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목표는 큰 부상 없이 개인적인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는데, 미흡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2004년 계획이 있다면.

수습 꼬리표를 떼고 정식 기수가 되는 것이 우선 목표이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두르다보면 경주를 그르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꼭 몇 승을 해야하겠다 하는 수치상의 목표보다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꾸준히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할 참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열매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실수 또는 잘못으로 인해 졌을 때 오는 패배는 순위를 떠나 개인적으로 심한 좌절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졌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격려해주는 팬들이 많이 생겼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러한 팬들의 응원이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변변히 고마움을 표현할 수 없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러한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매 경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는 기수 '최범현'이 되겠다.

다시 한번 성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리며 환절기에 몸 건강하시기를…

▣ 생년월일 : 1979년 4월 11일(24세)
▣ 출 생 지 : 서울(1남 1녀)
▣ 한계중량 : 49kg
▣ 소 속 조 : 36조(김양선 조교사)
▣ 데뷔일자 : 2001년 7월 6일(정규 20기)
▣ 통산전적 : 206전(9/12/13/16/19), 승률 4.4% 복승률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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