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복에 용기를 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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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벌써 달포째나 계속되는 폭서와 가뭄도 이제 막바지에 온 것 같다.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이 재난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할 때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우리 나라 속담은 남이 재난이나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의 인정의 기미를 유감없이 표현한 말이기는 하지만, 지금 누렇게 말라 가는 볏잎을 앞에 두고, 안타까와하는 농민들의 고통을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무관심은 용납 될 수 없다.
우리는 그렇잖아도 지난여름 초에 서울·안양 등지에 내린 집중호우로 3백여 명의 인명과 수억 대의 재산피해를 냈지만, 겨레 전체의 뜨거운 성원과 관·민이 힘을 합한 복구작업로 그 동안 그 상처를 거의 아물게 한 귀중한 체험을 쌓은 바 있지 아니한가. 지금 애 타게해갈을 기다리면서 주야겸행의 지하수 끌어대기를 서두르고있는 영·호남지역 농민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 귀중한 체험을 살려야 할 것이다.
본래 재해를 당했다고 모두가 하늘만 탓하면서 발만 구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의 위대한 교훈이라 할 수도 있다. 비록 최악의 재앙이라 할지라도 사태에 냉정히 대처하고 지혜와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할 줄 아는 국민만이 역사적으로 위대한 국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에도 영·호남지방의 가뭄피해는 7월 31일 현재 1만1천3백36정보에 이르고 있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심대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나라 전체의 벼식부 면적 1백20만 정보와 비교할 때는 0.94%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너무 비관에 잠길 필요는 없을 줄 안다.
더구나 이 가운데 벼가 고사 직전에 있는 1천4백63정보를 제외한 9전8백73정보는 노력에 따라서는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여 평년작만은 못 하더라도 그 몇 분의1이나마 수확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줄 안다. 설사 가뭄이 앞으로 10여 일을 더 계속되는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다 해도 이로 인한 쌀의 감수예상량은 최고 1백40만 섬으로 전체수확 예상량의 3.8%정도에 머무를 것이라 한다.
이렇다면 올해 수확목표량 3천6백50만 섬을 달성하는데는 타격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연간소비량 3천3백만 섬을 충당하고도 2백10만 섬이 남아 수급계획 자체에는 차질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전반적으로 모내기를 예년보다 10여일 앞당겨 끝마쳤고, 일반 벼보다 수확량이 월등히 많은 통일벼 계통의 품종을 지난해보다 26만7천 정보나 많은 80만 정보로 확대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가뭄·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는 농민들과 함께 온 국민이 최선을 다해 지원과 격려를 보낸다면 이 숨가쁜 천재지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비단 올해와 같은 극심한 가뭄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천재를 이겨내며 살아온 민족이다.
따라서 재해를 겪고 있는 농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다같이 나누고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불타는 논·밭에 퍼다 붓는 용기와 투지를 발휘해야 겠다. 이와 함께 예비비 지불 등 충분한 한해 대책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양수기·「호스」등 급수장비와 우물·집수암거 등 우선 시급한 간이용수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살 것이다.
그리고 피해농민들에 대한 재해보상과 생계비 보조 등 사회정책적 구호대책이 지체없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의 횡포를 이겨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훌륭한 전통과 슬기를 길러야 겠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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