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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0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더위를 이기는 슬기를 배워야할 때입니다. 』 「라디오」에서 어느 명사가 말했다. 연일3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 대구는 드디어 35년만에 40도에 육박했다.
그러나 더위를 이기는 슬기란 따로 없다. 그저 「바캉스」를 즐길 여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미 바닷가의 「호텔」들은 초만원이다. 고속「버스」도 2, 3일전부터 예약해야한다. 모두가 난리 만난 사람들 모양으로 「바캉스」길을 떠난다.
그래도 우리는 「프랑스」 사람들보다는 덜 들떠있다. 「프랑슨」 인들은 그 인구의 절반인 2천6백만 명 이상이 「바캉스」를 『신성불가침』한 권리로 알고 있다.
이래서 「프랑스」에서는 7, 8월에는 『빛나는 공백』이 생긴다. 이 동안만은 「스트라이크」도 없고 정치파동도 없다.
아무리 불황으로 허덕인다 해도 「바캉스」에만은 간다. 고기를 덜 먹고 의료비를 절약하는 한이 있더라도 「바캉스」비용은 아끼지 않는다.
결국 「바캉스」란 「프랑스」인에게는 『꿈의 한 부분』인 것이다.
「프랑스」 인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곳은 「바레아르」제도. 이곳 4천 평방km의 땅위에 한여름 몰리는 인파는 3백만 명. 관광객인구밀도로는 세계최고인 것이다.
이곳 「파르마」 공항에서는 「바캉스」 철이면 전세 항공기들이 2분마다 관광객들을 콩나물 나르듯 한다.
왜 「바캉스」를 가느냐고 「렉스프레스」지가 독자들의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압도적인 회답은 『직장 일이 따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더위를 이기는 슬기가 「바캉스」를 만들지는 않았는가 보다. 그러나 「파리지앵」들은 섭씨35도니 40도니 하는 더위를 잘 모른다. 85짜리 불쾌지수를 이틀만이라도 겪어 봤으면 생각이 달라질게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바캉스」는 더위를 이기는 최선의 슬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요새 농수산부에서는 남부4개 도에 한해 비상령을 내렸다. 앞으로 5일 이내에 비가 안 오면 농작이 결딴나리라고 한다.
그런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관상대에서는 8월 내내 비를 보기는 어렵겠다고 야박스런 예보를 하고 있다.
「바캉스」를 즐긴다는 말은 시골사람들이 미안스러워서도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바캉스」를 안 갈 수도 없다. 「바캉스」란 『인간복권』을 위한 마지막 길인 것이다. 일상생활을 짓눌러 오던 숨통이 터지기 만해도 더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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