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의 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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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가 오르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이 바로 근로소득자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장사하는 사람은 「인플레」와 더불어 재산가치도 같이 불어나지만, 봉급생활자는 가만히 앉아서 소득이 깎이는 격이 된다. 그런데도 봉급자에 대한 세금은 철저하고 높기만 하다.
봉급생활자는 한푼의 면세도, 하루의 연체도 있을 수가 없다.
윌급에서 미리 세금을 떼고 주기 때문에 거두는 측에서 보면 무척 편리하다. 이러한 징수의 편의 때문에 봉급자에 대한 세금은 무겁기 마련이다. 또 세금은 아니지만, 봉급에서 원천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경비 또한 적지 않다.
봉급에 대해선 우선 근로소득세가 붙고, 근로소득세의 10%를 방위세로, 또 7.5%를 주민세 소득할로 내어야 하며, 이밖에 봉급외형의 2%를 국민저축으로, 또 7윌부터는 1.5%의 의료보험 부담금도 떼야 한다.
거두기 편리하다고 하여 그야말로 대추나무 연 걸리듯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월급봉투에 붙는 것이다. 이래서 물가가 오를수록 세금은 더 잘 걷힌다. 물가가 올라 봉급이 다소 높아졌다고 해도, 가혹한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 소득 면에선 별 혜택이 안 돌아가는 수가 많다. 근로소득세는 단순히 소득외형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므로 실질 소득은 느는 것이 없어도, 외형이 늘면 세금은 뻐근하게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봉급생활자의 감세 경감엔 경부가 항상 인색했다. 입으로는 중산층의 보호 육성을 내세워도 실제론 생색에 그치는 수가 많았다. 가장 큰, 명분은 세수에 결함이 난다는 것이다. 작년 세제개혁에도 근로소득세의 대폭적인 경감여론에 대해 세수감소를 방패로 내세웠다.
그러나 5월말까지의 세수실적을 보면 근로소득세의 징수가 크게 호전를 보였다. 소득세 중 근로소득이 큰 비중을 점하는 원천분이 5월말까지 이미 금년 본예산의 45.7%나 걷혔다. 원천분 중엔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것도 있으나 근로자의 봉급에서 원천 공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세수가 더 들어와 금년에 2천1백억원 규모의 추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봉급자가 세금을 많이 낸데 힘입은 바 크다. 그렇다면 근로소득세를 낮추면 세수에 차질이 온다던 경부의 주장엔 근거가 없었음이 불과 반년만에 드러난 셈이다.
금년하반기부터는 부가가치세가 실시되어 물가 체계가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부가세의 실시는 간접세 체제의 보충이므로 이는 소득에 대해 역진성을 떼고 있다. 간접세는 결국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며, 이는 가난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나 구별이 없다.
때문에 월급밖에 없는 근로소득자가 가장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금년 물가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작년보다 훨씬 불안하다.
현 종합소득세제는 역진부담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세가 확충되고 물가가 오르면 역진부담이 실천할 수가 없다.
물론 물가가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봉급자는 큰 손해를 당하는 것이지만, 이를 다소라도 완화하기 위해선 근로소득세를 경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 월 것이다. 부가가치제로 인한 가계부담의 역진을 소득세 경감으로 덜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늘 내세우는 중산층의 육성보호가 단지 헛 구호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근로소득세를 줄이면 세수가 줄고, 또 현 세제로도 근로자의 78.8%가 면세된다는 애로는 있다. 그러나 부가세로 인한 과표양성화를 감안하면, 수세는 별 거점을 안 해도 될 것이고 저임으로 인한 면세가 소득세 경감반대의 명분이 필수였을 것이다.
설혹 국민개항의 원칙을 지킨다 하더라도 소득계층간 세율의 조정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세금을 많이 거두어 공장을 짓고,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되고 건전한 중산층을 육성보호하고 밑바닥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도 안보적인 차원에서 극히 중요한 것임을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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