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인 비, 높아진 기온, 심한 일교차|날씨가 이상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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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날씨가 이상하다. 2∼3일 주기로 흐리면 한차례 비가 오고 다시 개면 수은주가 치솟았다가 비가 오고 서늘해지는 가운데 밤과 낮의 기온의 차가 심해지고 비가 골고루 내리는 등 최근 2개월간의 우리 나라 날씨가 아열대성 기후를 닮아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할 정도로 날씨가 묘하게 변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 강추위와 해빙기에 닥쳐온 이상 가뭄 등 변덕 날씨에 이어 시작된 올 봄의 기후는 기온이 평년보다 4∼5도나 높은 가운데 서울 지방의 경우 일교차가 최저 3.7도 (4월9일)에서 최고 17.9도 (5월8일)까지 평균 12∼14도씩 편차를 보이는 등 이 기간의 우리 나라 날씨가 전반적으로 아열대성 기후의 특성과 비슷한 요소를 너무나 많이 보여주고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20∼30도 안에 위치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아열대성 기후는 연간 4∼11개월의 월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이상인 데다가 일교차가 7도 이상씩 심하고 연평균 1천5백∼2천5백mm의 비가 연중 골고루 내리는 것이 특징.
따라서 특정 지역의 일시적인 기후 현상을 놓고 「기후가 변하는 징조」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우리 나라의 날씨는 ▲2∼3일 또는 4∼5일 주기로 2백mm 이상의 비가 골고루 내리고 ▲예년보다 최고 기온이 4∼5도나 높은 가운데 ▲지역에 따라 최저 3.7도에서 최고 17.9도까지 일교차가 있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평균 12∼14도까지 되는 등 일시적인 현상이나마 아열대성 기후의 「패턴」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는게 「아마추어」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4월 한달 동안 서울 지방의 평균 기온인 12.6도 (평균 보다 2.1도 높음)는 일본 녹아도의 4월 평균치인 15.1도보다는 2.5도가 낮고 나패의 20.4도보다는 7.8도, 대북의 20.9도보다는 8.3도가 낮으나 동경보다는 0.5도, 복강보다는 0.9도 밖에 낮지 않았으며 또 5월에 접어들어 25일 현재까지의 서울 지방 평균 기온인 16.5도 역시 녹아도 보다는 2.5도, 나패 보다는 6.8도, 대북 보다는 8도가 낮았으나 동경보다는 1.1도, 복강보다는 1.3도 밖에 낮지 않아 우리 나라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근거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온 다습한 열대성 저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고 있는 대만과 일본 남쪽의 아열대 지대와는 달리 몽고 지방에서 남동쪽으로 확장하는 기압의 주기적 영향권에 드는 우리 나라는 지난 4월의 평균 습도가 63%, 5월의 습도가 67% (서울의 경우)선에 머무르는 등 일본과 대만에 비해 줄잡아 15∼25%나 낮아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을 모조리 갖추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게 또 다른 주장이기도 하다.
한편 중앙관상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지역의 일시적으로 지속되는 기상 현상을 갖고 전반적인 기후가 변하는 징조라고 볼 수는 없으나 최근에 계속된 우리 나라 기후에 관해 좀더 면밀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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