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는 무용지물… 퇴근후 쫓아다녀야 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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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부가 ▶기자의 사무실 방문취재 금지▶브리핑제 도입 등 새 기자실 운영 방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언론사들도 취재 시스템을 손질하고 있다. 정부가 이 정책을 강행할 경우 취재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언론학자들은 "정부 발표 자료를 검증하는 능력에 따라 언론사 간 우열이 분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엠바고 체제 붕괴=보도 시기를 조절하는 엠바고는 주로 관(官)의 요구에 의해 유지돼 왔다. 예를 들어 토지개발.범죄수사 등 민감한 정보가 미리 새나가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방부.외교통상부의 경우 국익(國益)차원에서 엠바고가 지켜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단이 없어지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엠바고 체제가 유지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엠바고를 깬 기자와 언론사에 기자단이 자율벌칙으로 주던 '기자실 출입 정지'도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 없다.

◆24시간 취재 시스템 가동=일과 중 사무실 방문을 막았다고 해서 취재 안테나 가동이 멈추진 않을 것이다. 도리어 언론사 간의 경쟁 때문에 24시간 취재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정부 부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일과 전, 일과 후 각개약진식 취재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공보관을 통해 취재할 경우 '취재원 보호'와 특종 사냥이라는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젠 사무실이 아닌 주요 간부 집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정부 부처가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공무원들이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업자들을 만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기자들의 심야 추적취재가 다반사다.

◆관급(官給)기사 비중 축소=이 부분은 언론마다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브리핑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언론부터 철저히 검증하는 언론까지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관급 기사의 비중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정책이 국민에게 실제로 유용한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은 아닌지 집중적인 분석이 이뤄질 것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많은 부서를 거치며 능력이 검증된 대표 주자를 공보관으로 임명, 브리핑제의 허점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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