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프랑스」의 대표적 구상화가「뷔페」|「단테」『신곡』지옥 편을 화폭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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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의 전후 파 구상회화의 대표적 화가인「베르나르·뷔페」가 「단테」의 『신곡』을 그림으로 발표, 「파리」화단에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냈다. 지난3월「모리스·가르니에」화랑에서 열린「뷔페」의 이 신작 전은 수 점을 선 보인데 불과하지만 5백호 혹은 1천 호의 대작들.
매년 풍경 전만 보여주던「뷔페」가 주제를 『신곡』으로 잡은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앞으로 적어도 수년동안 이「시리즈」를 계속할 듯 내다보여 한층 주목되는 것이다. 이번 작품들은 『신곡』중 지옥 편의 연작들인 까닭이다.
『「뷔페」의 지옥 편』이라 할 이들 그림은 그의 독특하고 준엄한 선으로 저주받은 아귀의 무리들을 묘사했는데 바로「뷔페」자신의 내면 고백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연작『지옥』은 지옥 중의 지옥이라 할「디테」성에 이르러『피의 강』을 건너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피의 강』은 250×580㎝의 가장 큰 화폭으로 「단테」와 벌받는 영혼들의 대결을 「드러매틱」하게 표현했다.
『미노타우로스』는 피의 가마솥 속의 정복자와 살인자를 보고 있는 수인. 『아르피에』는 색시의 몰골을 지닌 괴조. 『변용』에선 강도질 한자들이 뱀 떼에 괴로움을 받으며 『머리 잘린 사내』에선 불화의 씨앗을 뿌린 자들이 악마에게 온갖 희롱을 당한다. 『얼음 속의 아귀들』은 빙원에 묻힌 사기꾼과 반역자의 소굴이고 『마왕』은 무간 지옥의 염라대왕 격으로 「뷔페」의 「데생」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청 회색의 암울한「톤」에다 「뷔페」의 직선과 직선적인 곡선은 삼엄하고 황량하며 비참한 광경을 여실히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연옥과 천국에선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그것은 「뷔페」에 대한 기대일 뿐 아니라 현대미술의 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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